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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파도 갈 병원 없다"…강릉아빠 10명, 1억원 모아 한 일

중앙일보

2026.02.08 12:00 2026.02.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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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김동일(왼쪽 첫번째)씨 등 1985년생 아버지들이 주축인 후원 모임이 강릉아산병원에 1억5000만원을 전달,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가운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강릉아산병원
"뭔가 대단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지역에 의사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최근 강원도 강릉아산병원에 소아 진료 공백 해소에 써달라며 또래 친구들과 모은 1억500만원을 기부한 카페 '에이엠브레드앤커피' 김동일(40) 대표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신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의료 취약지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마음"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동네 또래 친구 9명과 함께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난달 강릉아산병원에 전달했다. 평범한 강릉 시민인 이들이 큰돈을 기부하게 된 이유는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 소아 의료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릉아산병원은 영동 지역 내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지만, 1년 10개월째 소아 환자의 휴일·야간 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재개하려면 현재 9명인 전문의에서 3명은 더 필요한데 충원이 쉽지 않아서다.



밤에 병원 없어 발 동동…또래 동네친구 10명 뜻 모아

이번 기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대표가 직접 겪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해 추석 무렵 아이가 고열로 고생했지만, 아이를 들쳐 안고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김 대표는 "내 경험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아파도 갈 병원이 없어 이른바 '뺑뺑이'를 도는 일이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흔한 일이고 이런 일들이 어느 순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마음을 보탠 이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카페 사장인 김 대표를 포함해 횟집·한우식당·닭강정 사장 등 자영업자와 변호사·치과의사 등이 함께했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선뜻 기부에 동참했다. 김 대표는 "아픈 아이가 갈 병원이 없다는 문제의식 앞에서 다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라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득실을 따질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강릉아산병원 전경. 사진 강릉아산병원
지역 주민들이 '지역·필수·공공'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후원 모임을 꾸리고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 병원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김 대표는 "생각보다 기부에 대한 반향이 컸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참여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은 기부금을 소아외과·소아신경외과 등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 체계를 갖추기 위한 소아 진료 인력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기부자들은 아버지들이 직접 나서면 지역사회와 지자체·정부의 관심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기부금은 소아 진료 활성화를 위한 인력 충원에 우선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바람은 단순했다. 그는 "지방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의료에서 외면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현실이고, 같은 조건이라면 서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파격적인 혜택 등으로 최소한 아이들 진료만큼은 차질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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