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연휴 식사 가이드 소화기관 부담되는 과식·야식 주의 만성질환자, 저염·저당 조리법 활용 아이가 목 움켜쥔다면 이상 신호
설 명절은 가족과 친지가 오랜만에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하지만 평소의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과한 식탐은 위장을 지치게 하고, 야식은 식도에 상처를 남기며, 방심은 아이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이가 많은 만큼 평소 건강관리의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실천하면 도움 되는 명절 식사 수칙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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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부터 먹은 후 단백질-탄수화물 순 섭취
연휴 기간 가장 주의해야 할 건 과식이다. 명절 음식은 대체로 열량이 높고 기름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자료집에 따르면 설날 대표 음식인 떡국(700g)은 588㎉, 갈비찜(300g) 256㎉, 완자전(200g) 323㎉ 등으로 고열량이다. 대부분 튀기거나 기름에 볶는 음식이 많아 소화 과정에서 위장에 부담을 준다. 특히 과식하면 위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한 끼쯤은 괜찮다’는 생각으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연휴 내내 복부 팽만감과 복통에 시달릴 수 있다.
과식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식이섬유(나물·채소류)→단백질(고기·생선·두부)→탄수화물(밥·떡국·식혜) 순으로 먹는 방법이 추천된다. 식이섬유부터 먹으면 포만감을 빨리 느껴 고열량 위주의 메인 요리를 과하게 먹지 않도록 방어벽 역할을 한다. 채소를 어느 정도 섭취한 후 갈비찜, 수육, 생선전 등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먹는다. 탄수화물보다 소화 속도가 느린 단백질을 먼저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간다. 가장 마지막엔 탄수화물을 먹는다. 이미 채소와 단백질로 배가 꽤 찬 상태여서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순서를 생각하고 먹다 보면 식사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20분의 시간을 확보하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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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고기 대신 해산물·채소 활용
만성질환자는 저염·저당·저지방 조리법을 활용하면 좋다.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은 전을 부칠 때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 병아리콩가루를 쓰고, 갈비찜을 만들 땐 설탕 대신 대체 당을 소량 넣거나 익힐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양파·당근을 활용해 저당질 음식을 만든다.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이 건강을 해치는 복병이다. 나물을 무칠 땐 소금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들깻가루를 넣어 고소한 향을 더하고, 떡국 국물은 고기 육수 대신 해산물·채소를 활용하면 나트륨과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즉각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갈비·불고기용 고기는 조리 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를 1차로 제거하고, 찜할 땐 차갑게 식힌 후 굳은 기름을 걷어내고 조리한다. 튀김 요리는 기름에 담그는 방식보단 원재료의 지방만 활용해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면 지방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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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바로 눕지 말고 밤엔 술안주 피해야
연휴 기간 야식이 위험한 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평소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유념해야 한다. 특히 밤늦게까지 안주에 술을 곁들인 메뉴는 역류성 식도염을 부르는 최악의 조합이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먹고 바로 자면 하부 식도 괄약근의 조절 능력이 약해져 위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위산 역류가 발생한다. 이땐 속 쓰림과 목의 이물감, 가슴 통증, 마른기침을 유발해 숙면을 방해한다.
식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가벼운 산책이나 일상 활동으로 소화를 촉진하는 게 좋다. 가급적 취침 3시간 전엔 음식 섭취를 마치고, 야식을 피할 수 없다면 견과류나 과일 위주로 가볍게 먹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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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질식 사고 주의 기도 확보 중요
여러 사람이 모인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선 음식이나 이물질이 아이 목에 걸리는 질식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음식물 덩어리나 삼키는 동안 모양 변형이 안 되는 단단한 식품, 떡처럼 점탄성이 높은 식품이 기도를 막아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아이가 갑자기 기침을 반복하거나 ▶말하기 어려워하며 ▶목을 움켜잡는 자세를 취한다면 음식이나 이물질이 목에 걸렸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이땐 기도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응급 조치를 해야 한다. 1세 미만 영아는 아이 얼굴이 아래로 가도록 팔에 엎드리게 하고, 손바닥으로 어깨뼈 사이를 5회 두드린다. 이후 아이를 바로 누인 후 양쪽 젖꼭지 선보다 약간 아래 부위를 두 손가락으로 5회 빠르고 강하게 눌러준다. 이 두 동작을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1세 이상 소아라면 하임리히법(복부 밀어 올리기)을 한다.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쪽 주먹을 쥐고 그 위에 다른 손을 얹어 배꼽과 갈비뼈 사이에 대고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린다. 이 방법 역시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연휴 기간 몸이 아플 땐 먼저 문 연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진찰 결과에 따라 의사가 중증 질환이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문 여는 병의원은 응급의료포털이나 콜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움말=한병덕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영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배우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