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식타시 이적 후 데뷔전…후반 오버헤드킥 득점에 열광
'코리안 더비' 황의조도 어시스트…교민 "한국인 자랑스러워"
오현규 데뷔전서 맹활약…튀르키예 팬 "신이 그를 보호하길"
베식타시 이적 후 데뷔전…후반 오버헤드킥 득점에 열광
'코리안 더비' 황의조도 어시스트…교민 "한국인 자랑스러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한국인 여러분, 신이 그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
튀르키예 명문 축구팀 베식타시로 이적한 한국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오현규(24)가 데뷔전에 나서 그림같은 오버헤드킥 골을 기록하자 홈팬 자페르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열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선수"라며 이같이 소리쳤다.
8일(현지시간) 오후 8시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의 베식타시와 알란야스포르가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오현규 선수가 지난 5일 베식타시 이적을 전격 발표한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이날 상대팀에서도 황의조(34) 선수를 출격시켰다.
현지 축구팬들은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 4만2천여명을 수용 가능한 튀프라쉬 스타디움을 거의 가득 메웠다. '코리안 더비'를 직관하려는 한국인 관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경기 초반부터 알란야스포르가 황의조의 도움에 힘입은 선제골에 이어 추가골까지 기록하며 0대 2로 달아나자 홈 응원석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그러나 전반 31분께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오현규가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분위기가 갑자기 달아올랐다.
애초 반칙이 아니라며 고개를 젓던 심판은 비디오판독(VAR) 후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팀 동료 오르쿤 코쿠가 가볍게 추격골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1-2로 만들자 홈팬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베식타시는 후반 들어 몸이 풀린 듯 더 적극적으로 상대팀 골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54분째에 오현규가 프리킥 세트피스로 만들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리는 오버헤드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주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며 득점 기록이 취소될 위기가 되자 홈팬들이 거친 야유를 보내며 경기가 약 4분간 중단됐고, 또다시 VAR을 통해 판정이 번복된 끝에 오현규의 튀르키예 첫 골이 인정됐다.
이후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그대로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74분째에 교체돼 나갔던 황의조 선수가 그라운드로 돌아와 오현규 선수와 인사하고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베식타스 홈팬들은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특히 오현규 선수가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데뷔골을 넣는 등 결정적인 장면마다 석연찮은 판정을 내렸다가 번복하고, 전반 막바지 오현규 선수에게 옐로카드까지 내밀었던 주심은 퇴장하다가 성난 홈팬들로부터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두 한국인 선수의 활약은 한국인은 물론 현지 축구팬에게도 깊은 첫인상을 심어줬다.
태극기를 흔들며 목청껏 오현규 선수를 응원하던 교민 이보은씨는 "튀르키예 생활 24년만에 처음 축구장에 왔다"며 "오랜만에 이스탄불 연고 팀에 온 한국 선수가 너무 잘 뛰어줘서 반갑고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현규 선수가 앞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 한국인에 대한 튀르키예 사람들의 분위기도 더 우호적이 될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라며 "오늘 같이 뛴 황의조 선수도 잘 뛰었는데, 대한민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홈팬 사이에 섞여 조용히 경기를 관람하던 원정팀 서포터 메흐메트씨는 "어시스트를 기록한 우리 선수가 저 쪽 한국인보다 더 낫지 않나"라면서도 "상대팀 9번(오현규)에 대해서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골은 멋있었다"라고 말했다.
교민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도 "내일 튀르키예 사람들이 하루 종일 얘기할 것 같다"는 발언이 이어지며 한국인 선수들의 선전을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우성 총영사는 "오현규 선수가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는 팀에서 뛰게 된 것을 계기로 교민들이 축구 경기를 통해 더 활발하게 교류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