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고위험 행위를 대상으로 기획조사에 나선다. 금융권 IT 사고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최고경영자(CEO)의 보안 책임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고위험 분야를 중심으로 시세조종 기획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가격을 좌우하는 ‘대형고래’ 시세조종과 특정 거래소에서 입출금이 중단된 종목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가두리’ 수법, 특정 시점에 물량을 대량 매집해 가격을 급등시키는 ‘경주마’ 수법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시장가 API 주문을 이용한 시세조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형 부정거래도 고위험 분야로 분류했다. 이상 급등 가상자산을 초·분 단위로 분석해 혐의 구간과 연관 그룹을 자동으로 적출하는 기능과 인공지능(AI) 기반 텍스트 분석 시스템도 개발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도 신설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빗썸 사태 등으로 드러난 시스템상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단계 법안 이행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반은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지원 관련 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업자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인가·심사 업무 매뉴얼을 개발할 예정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거래수수료의 구분 관리와 공시 세분화 방안도 추진해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과 업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
민생금융범죄 현장 집행력 강화도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등 이른바 ‘잔인한 금융’을 근절하기 위해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유관 협의체를 추진한다.
통신사와 금융사가 보유한 범죄 관련 정보를 공유해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조기 차단 시스템도 구축한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확대·개편해 피해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보이스피싱의 경우 초동 조사 후 경찰과 즉시 수사로 전환되는 공조 체계도 마련한다. 피해금 배상책임제도 시행도 준비한다.
금융권 IT 리스크 예방을 위한 감독체계도 강화된다. IT 사고 발생 시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CE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보안 책임을 높이며, 정보보호 공시 제도도 추진한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IT 자산 목록을 관리하고 취약점을 식별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중대 취약점을 보완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과 검사를 실시한다. 이달 중 통합관제시스템(FIRST)을 본격 가동해 금융권 사이버 위협 정보를 수집·전파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AI 활용에 대한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 AI 윤리지침’을 마련하고, AI 도입과 활용 전 주기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도 제시한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이용자 자금 보호를 위해 선불충전금 예치 전용 예금상품 도입을 추진하고, PG사의 정산자금 외부 관리 실태도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