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일본 자민당의 선거 압승 결과에 침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날 중의원 선거에서 465석 중 316석을 차지하며 ‘전쟁 가능국’ 헌법 개정이 가능한 대승을 거뒀다. 일본이 우경화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한·일 관계를 고려해 축하도, 비판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일본 선거 관련 공개 발언은 일절 없었다. 비슷한 시간에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이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양향자 최고위원)는 공개 발언이 나온 것과 대조적이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전까진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여권의 반응은 그간 일본의 우경화에 강경했던 모습과도 달랐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이러한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평화 헌법 개정 움직임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 위에 성립된 동아시아 평화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적었다.
이처럼 여권의 태도가 신중한 건 최근 정상 차원의 한·일 관계가 나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본과의 셔틀외교가 잘 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선거 기간 내내 일본 우경화을 주장해 온 다카이치를 추켜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신중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자민당 압승에 즉각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트루스소셜에 “당신의 보수적인 ‘힘을 통한 평화’ 의제를 이행하는 데 위대한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그런 열의를 갖고 투표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항상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선 “일본에서 매우 존경받고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