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78주년 기념일(건군절·2월8일)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달 중순에 열리는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군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방 분야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이 전날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당 제9차 대회를 앞둔 건군절인 것으로 하여 우리 군대의 위대함과 귀중함을 더 뜨겁게 절감하게 된다"라며 "지난 연(2025년)도 자기 군대에 대한 당과 인민의 신뢰와 사랑이 더 커지고 강렬해진 해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우리 군대의 투쟁 전선이 더 넓어지고 더 과감히 분투해야 하는 거창한 변혁의 해"라며 "당 제9차 대회가 가리킬 앞으로의 5년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군대의 특출한 역할이 보다 높아지는 5년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구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9차 당대회에서 국방 분야와 관련한 새로운 과업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도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극초음속 무기 및 핵잠수함 개발 등 5대 과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이날 연설에선 러시아 파병 장병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특히 멀리 이역의 전투진지에서 영웅군대의 명예를 걸고 조국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해외 특수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게 건군 명절을 맞으며 뜨거운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면서다.
김정은이 건군절 기념 연설에서 해외 특수작전부대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참전국 지위를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파병을 외교적 공간 확장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면서 "공동 교전국이자 승전국 파트너로서의 지분을 확인시키려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올해 연설에선 지난해와 달리 특별한 대외 메시지나 핵 무력 관련 언급은 없었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설에서는 미국을 세계 각지 분쟁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핵 무력 강화' 방침을 재천명했다. 이는 9차 당대회의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중하게 메시지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건군절은 1948년 2월 8일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창군을 기념하는 날이다. 1978년부터 인민군 창건일을 항일 유격대(빨치산) 창건일인 1932년 4월 25일로 변경해 기념하다 2018년부터 다시 2월 8일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편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연설을 마치고 국방성 주요 지휘관, 제대군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체육 경기를 관람했다. 또 노광철·정경택·이영길을 비롯한 국방성 지휘관들과 군종사령관, 대연합부대장들은 건군절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