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주장 완장은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선택은 또 한 번 토트넘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주장으로 나선 토트넘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2로 완패했다. 이 패배로 토트넘은 7승 8무 10패, 승점 29에 머물렀고, 16위 리즈 유나이티드와 승점이 같아지는 굴욕적인 상황에 놓였다.
패배의 결정적 장면은 전반 29분에 나왔다. 로메로가 카세미루를 향해 스터드를 들고 들어가는 위험한 태클을 시도했고, 주심은 망설임 없이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주장 완장을 찬 선수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린 순간이었다.
수적 열세에 몰린 토트넘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윌슨 오도베르를 빼고 빅토르 소우자를 투입하며 급히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이미 흐름은 상대에게 넘어간 뒤였다. 토트넘은 전반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에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추가 실점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문제는 이 퇴장이 단순한 한 경기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로메로는 다이렉트 퇴장으로 인해 4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파브리시오 로마노에 따르면 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널, 풀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중요한 일정에 모두 결장한다. 시즌 후반 순위 경쟁을 앞둔 토트넘에는 치명적인 공백이다.
통계는 더욱 냉정하다. 로메로는 2021년 8월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벌써 6번째 퇴장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리그 내 최다 수치다. 특히 이번 시즌 주장 완장을 찬 뒤에만 두 차례 퇴장을 당하며, 리더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 역시 로메로의 주장직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매체는 9일 로메로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는 부주장으로서 이상적인 카드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주장 손흥민의 차분한 성향과 로메로의 불같은 스타일이 균형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지난여름 MLS의 LAFC로 이적한 이후 토트넘은 뚜렷한 리더십 대안을 찾지 못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제외하면 마땅한 주장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프랑크 감독은 로메로에게 완장을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디 애슬레틱은 대안이 부족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그 선택 자체를 쉽게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후의 행보는 문제로 지적됐다. 매체는 로메로가 순간적인 판단 착오와 감정적인 플레이로 반복해서 팀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크 감독은 주장 박탈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로메로 역시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사과했지만, 내부의 답답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토트넘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패배와 부상, 출장 정지가 겹치며 시즌은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웨스트햄의 승리로 강등권과의 격차는 승점 6점 차로 좁혀졌고, 리즈 유나이티드와 크리스털 팰리스와도 승점이 같은 처지가 됐다.
프랑크 감독은 무너질 법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운 점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지만, 이번 패배는 올 시즌 리그 10번째 패배였다. 그리고 주장 로메로는 팀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완장이 상징하는 책임을 그는 과연 감당하고 있는지, 토트넘 안팎의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