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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DSU중국학술토론회] “미·중 경쟁 변수는 경제지표가 아닌 소프트파워”

중앙일보

2026.02.08 18:50 2026.02.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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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관세무역의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경쟁의 초점은 기술·체제·안보로 옮겨갔다. 미국은 동맹의 역할 확대와 비용 분담을 강조하며 개입 방식을 조정하고, 중국은 장기전을 염두에 둔 관리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면 속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기보다 무엇을 분명히 하고 무엇을 유연하게 남길지에 대한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2월 5일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공동으로 '2025 제2차 DSU 중국학술토론회'를 열어 미·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 토론회 주요 내용을 9회에 걸쳐 전한다.
문흥호 한양대학교 교수 토론: 미중관계 현황과 전망

문흥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2025 DSU 중국학술토론회' 토론에서 미·중 전략 경쟁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는 경제 지표나 단기적 충돌이 아니라 양국이 지닌 ‘내부 역량’과 ‘소프트 파워’라고 말했다. “미·중 관계를 현재의 국면이 아니라 중장기적 구조 속에서 본다면 결국 경쟁의 승부처는 체제의 매력과 내부 통합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2월 5일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과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5 제2차 DSU 중국학술토론회'에서 한양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중국연구소

문 교수는 먼저 미·중 경쟁의 핵심을 소프트 파워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열린 사회라는 가치 영역에서 중국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왔다”며 “중국은 신장·티베트·종교 문제 등에서 늘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내부에서 인종 갈등, 계층 분화, 정치적 양극화 등 구조적 균열이 심화되면서 ‘가치의 우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지금의 미국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미국과 다르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이러한 내부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가치 문제에서 ‘너나 잘하라’는 식의 반격 공간을 넓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지도자의 성향을 넘어 미국 사회 전반의 문명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으며 선거 결과만으로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평가다. 그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매력적인 소프트파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양국 간 격차가 과거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며 “격차가 좁혀지는 것만으로도 중장기적 역량 균형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수로는 미국이 오랫동안 강점으로 유지해 온 동맹과 파트너 네트워크의 변화 가능성을 들었다. 문 교수는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군사력뿐 아니라 동맹 관리 능력에서 나왔다”며 “과거에는 중국이 이 영역에서 비교 자체가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외교 접촉이 늘고 일부 국제 담론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던 규범과 언어가 중국 지도자의 메시지로 재해석되는 장면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된다면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국제 질서 관리 능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변화의 종합적 지표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원칙과 보장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만 내부 여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불분명한 태도 속에서 대만이 중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안보 불안이 커질 경우 ‘현상 유지’에 대한 회의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 내부 정치 지형 변화와 양안 관계 담론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미·중 경쟁은 힘의 크기보다 영향력의 방식이 바뀌는 과정”이라며 “소프트 파워, 동맹 네트워크, 대만을 둘러싼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미·중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읽는 것이 동아시아 정세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매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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