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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도 ‘강한 지도자’…보수당 압승 예상, ‘탁신당’ 3위

중앙일보

2026.02.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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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태국 총선 당일 보수 성향 품짜이타이당을 이끄는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실시된 태국 총선에서 아누틴 찬위라꾼(60)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품짜이타이당이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을 거치며 고조된 태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강력한 안보 공약'으로 파고들어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매체 태국 타이랏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48분 기준으로 개표가 약 94% 진행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 비공식 집계 결과 품짜이타이당이 하원 500석 중 193석(38.6%)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린 진보 성향 국민당은 118석(23.6%)에 그쳐 2위에 자리했다.

8일 국민당 대표이자 총리 후보인 낫타퐁 르엉빤야웃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포퓰리즘 정당인 프아타이당은 74석(14.8%)을 확보해 3위로 예측된다. 프아타이당은 2001년 탁신 전 총리 집권 이후 2019년까지 치러진 다섯 차례 총선에서 모두 제1당을 차지한 태국 정계의 대표적 강자였다. 그러나 2023년 총선에서 2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아누틴 총리는 품짜이타이당이 1당으로 예측되는 집계 결과 발표 이후 “오늘 승리는 우리에게 투표했든 안 했든 모든 태국 국민의 것”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면서 “품짜이타이당 당원 모두의 마음속에는 민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8일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 욧차난 웡사왓이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를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인 모습. AFP=연합뉴스

주요 외신은 품짜이타이당이 이번 선거 핵심 쟁점으로 꼽힌 안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태국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와 국경 부근에서 무력 충돌한 이후 크고 작은 교전을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27일 휴전 합의(16개 조항)를 맺었지만, 긴장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품짜이타이당은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국면 전반에 걸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아누틴 총리는 “캄보디아가 미사일 1발을 쏘면 태국은 100발을 쏘겠다”고 공언하며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도 국경 장벽 건설, 국방력 강화 등 공약을 내세우며 안보 이슈에 힘을 실었다.

로이터통신은 “국경 분쟁이 보수주의자 아누틴에게 민족주의적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줬을 뿐 아니라 의회 다수당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군부 성향 품짜이타이당이 국가 수호자를 자처했다”며 “국경 분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고조된 민족주의 정서에 힘입어 지지세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27일 태국 동부 찬타부리주 국경 검문소에서 열린 특별국경위원회(GBC) 회의에서 띠어 세이하 캄보디아 국방장관(왼쪽)과 나타폰 나크파닛 태국 국방장관이 휴전 합의 문서를 들고 함께 서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징병제 폐지·군 장성 감축 등을 주장해온 국민당은 역풍을 맞았다. 지난 2023년 총선에서 국민당의 전신 전진당이 제1당에 오르며 태국 내 진보 돌풍을 일으켰으나, 안보 이슈에 상대적으로 미온적 대처를 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국민당이 과거 군사 개혁을 주장했던 것이 당의 입지를 약화했다”며 “아누틴은 이를 빌미로 국민당을 비애국적 정당으로 몰아세웠다”고 평가했다.

품짜이타이당이 1당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누틴 총리의 연임 가능성도 커졌다. 품짜이타이당과 선거 기간 연대해 온 끌라탐당도 예상 의석이 56석(11.2%)에 달해 4위에 자리하면서다. 품짜이타이당(193석)과 끌라탐당(56석)이 힘을 합할 경우 249석으로, 의석의 과반인 251석에 근접해 아누틴 총리가 하원 총리 투표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누틴이 총리 투표에서 당선될 경우 그는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총리가 된다”고 전했다.

총선과 함께 치러진 개헌 추진 찬반 국민투표는 같은 시간 기준 찬성표가 약 60%로 반대표(약 32%)를 크게 앞섰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과반을 확보하면 의회는 헌법안 작성 과정의 틀과 원칙을 정한 후, 이에 대한 2차 찬반 국민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2차 국민투표도 통과되면 새 헌법안이 마련되고 이를 승인하는 최종 3차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이 확정된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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