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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형사특례, 생명권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 비판

중앙일보

2026.02.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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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하고 있다. 김남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들을 두고 환자단체가 “환자의 생명권을 포기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최근 의료사고 예방부터 사후 구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유사한 개정안들을 발의했다.

연합회는 이 법안들이 환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의료계에만 편향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기종 연합회 대표는 이번 법안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망 의료 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 불가를 꼽았다. 현재 발의된 법안 중 일부는 중대한 과실이 없고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며 조정·중재를 통해 손해배상금 전액이 지급 완료됐다면, 사망 사고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공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사망 사고는 국가 공권력인 검사가 그 원인을 조사해야 하는 공익적 사안이며, 전 세계 어디에도 사망에 대해 형사 면제 특례를 주는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과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생명권이 박탈된 사망 사고에 대해 형사 고소 자체를 막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조 제기 불가가 들어간 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했다”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형사 처벌 리스크로 인한 필수 의료 기피 현상’도 반박했다. 안 대표는 “통계를 보면 형사 고소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내과 순으로, 정작 기피과라고 불리는 필수 의료 분야보다 사고 리스크가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지원율은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필수 의료 기피의 핵심은 사법적 위험이 아니라 낮은 수익성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연간 754건 기소 등 잘못된 정보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며, 정부가 실효성 없는 특례법 대신 수가 지원과 근무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사회적 수용이 가능한 수준의 대안을 제안했다. 필수 의료 범위를 한정해 모든 의료 행위가 아닌 응급, 외상, 분만, 중증 소아(소아암 등) 4대 분야로 특례 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순·중과실이라는 모호한 이분법 대신,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서 업무상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를 먼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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