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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초의 질주, 41세의 도전 중단' 인공관절을 안고 날아든 결승, 린지 본의 설원 비극[2026 동계올림픽]

OSEN

2026.02.0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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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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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이 열린 토파네 알파인스키센터 올림피아 델레 토파네 코스는 출발 지점 고도만 2320m에 달한다. 약 2500m 길이의 슬로프를 따라 표고 차 760m를 단숨에 내려오는 이 코스는 시속 130km를 넘나드는 속도와 대형 점프, 급경사가 연속되는 알파인스키 활강 종목의 상징과도 같은 무대다. 동시에 가장 위험한 코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위험의 한가운데로 한 명의 선수가 다시 몸을 던졌다. 오른쪽 무릎에는 인공관절, 왼쪽 무릎에는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린지 본이었다. 그는 8일 결승전에서 무릎 보호대를 단단히 착용한 채 출발 게이트를 밀어냈다. 기록이 아니라, 한계를 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도전은 너무 빨리 멈춰 섰다. 출발 후 약 13초. 점프 구간에서 중심을 잃은 본은 착지 과정에서 크게 흔들리며 넘어졌다. 이후 몇 차례 회전하며 가파른 슬로프를 굴러 내려왔고, 더 이상 스스로 일어설 수 없었다. 슬로프 위에는 곧바로 응급 구조대가 투입됐고, 헬기가 착륙했다. 고통을 참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본은 10분 넘게 응급 처치를 받은 뒤 헬기로 긴급 이송됐다.

불과 9일 전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지난달 30일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활강 경기에서도 본은 점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헬기로 이송된 바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또다시 악몽이 반복됐다.

이 사고로 본의 또 하나의 도전도 막을 내렸다. 그는 알파인스키 동계올림픽 최고령 메달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었다. 현재 기록은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요안 클라레가 세운 41세 1개월 은메달이다. 1984년 10월생인 본은 41세 4개월로 이 기록을 넘어설 기회를 잡았지만, 결승선을 보기도 전에 슬로프 위에 쓰러졌다.

본의 복귀 자체가 이미 인간 승리였다. 그는 2019년 “몸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2024년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다시 설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 월드컵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을 다시 현실로 끌어올렸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올림픽 직전 열린 월드컵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 골타박상과 반월상연골 손상까지 동반된 중상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라면 시즌 아웃을 선택할 상황이었지만, 본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승을 닷새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됐지만, 보호대의 도움을 받으면 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닌 듯 보였다. 결승 전 두 차례 공식 활강 훈련을 모두 소화했고, 특히 두 번째 연습에서는 1분38초28의 기록으로 3위에 오르며 메달 가능성까지 열어 보였다. 설원 위에서 본의 투지는 다시 한 번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활강 결승은 단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단 한 번의 레이스에서, 본은 다시 설원에 쓰러졌다.

금메달은 1분36초10을 기록한 브리지 존슨이 차지했다. 엠마 아이허와 소피아 고지아는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불과 0.04초였다. 하지만 린지 본에게는 기록을 논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 [email protected]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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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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