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PGS) 결승전 직후, 미국 NBC는 경기 결과를 전하며 나이에 주목했다. "(오스트리아) 벤저민 칼이 결승전에서 한국 김상겸을 꺾었다. 김상겸이 37세이니, 금·은메달 선수 나이를 합치면 77세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이탈리아 롤란트 피슈날러는 8강전에서 김상겸에 졌다. 45세인 피슈날러는 일곱 번째인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특히 칼은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다. 이처럼 스노보드 PGS를 노장 선수가 지배하는 이유가 뭘까.
실제로 PGS는 하프파이프·빅에어 등 프리스타일 종목보다 선수 평균 연령이 유난히 높다. 30대 중반은 흔하고 40대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다. 종목 특성 때문이다. 회전력·점프력·순발력이 필요한 프리스타일 종목과 달리, PGS는 설질(雪質)과 코스 상태에 따라 섬세한 에지 컨트롤이 핵심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코스 판독 능력과 노련미가 경쟁력이다. 관절에 부담이 가고 부상 위험이 큰 프리스타일 종목과 달리, PGS는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결정적으로 PGS는 두 선수의 맞대결 종목이다 보니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적 숙련도에서 앞서는 노장이 강점을 가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PGS는 신체적 전성기와 기술적 완성기가 일치하는 시점이 여느 종목보다 늦다. 종목마다 좀 다르지만 대개 스포츠 선수 황금기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다. PGS는 더 늦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칼은 2022 베이징에서도 36세에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가 일곱 번째 올림픽 출전인 피슈날러와 일본 다케우치 도모카(여)는 각각 45, 42세다. 물론 2018 평창 은메달 이상호(당시 22세),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2연속 금메달 에스터 레데츠카(여·체코, 당시 각각 22·26세) 등 젊은 나이에 정점에 오른 천재형도 있다.
전문가들은 "알파인 스노보드가 100분의 1초로 승부를 다투는 종목이지만, 그 차이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힘이 아니라 설질에 맞춰 에지를 얼마나 날카롭고 부드럽게 쓰느냐로 결정된다"며 "이런 미세한 감각은 긴 시간 다양한 경사도와 설면을 경험하고 몸에 익힌 베테랑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또 "옆 레인 상대가 치고 나가도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강한 정신력은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부분"이라고 덧붙인다.
피크 에이지(전성기)에 관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설상 경기의 경우 속도 중심 종목이 기술 중심 종목보다 전성기가 늦다. 비록 연구가 스노보드가 아닌 알파인 스키 대상이지만, 참고할 만하다. 연구의 결론을 보면, 전성기 연령이 활강(30.7세)-슈퍼대회전(29.7세)-대회전(27.1세)-회전(27.5세)로 나타났다. 활강 쪽이 속도, 회전 쪽이 기술이 중요한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