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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장부 거래 깜깜이"...61조원 빗썸 '유령 코인' 어떻게 가능했나

중앙일보

2026.02.0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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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을 어떻게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었을까.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실제 보유 물량의 3500배가 넘는 비트코인을 고객에 지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화 거래소(CEX)’의 운영 구조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 총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뉴스1

CEX는 고객 자산과 개인정보를 거래소가 직접 보관한다. 매매 시 블록체인에 즉시 기록하지 않고 시스템 내부 장부(DB)에서 잔액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우선 처리한다. 거래 체결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낮지만, 거래소가 실질적으로 고객 자산을 통제·이동할 수 있어 외부 해킹이나 내부 부정행위 등에 취약하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의 김남웅 대표는 “CEX 구조 하에선 온체인(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실제 거래) 보유량과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수치가 별개라, 출금 단계에서만 실제 코인을 맞추는 구조”라고 말했다. “거래를 사후에 온체인에 반영하는 구조인 데다 거래소 내부 장부는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방식이라,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유령 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장부 없는 거래…뜨는 ‘탈중앙화’

이번 사태로 ‘탈중앙화 거래소(DEX)’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EX는 중앙 서버 없이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계약(자동 실행 코드)을 통해 개인 간(P2P)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다. 거래소가 사용자 자산을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부정행위나 장부 오류로 인한 사고 위험은 구조적으로 낮다.

암호화폐 조사업체 더블록에 따르면, DEX 거래 비중은 2024년 한 자릿수에서 지난해 20% 안팎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해외에선 유니스왑 등 일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 방식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넥써쓰·위메이드 등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안에서 유저들이 코인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DEX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속도·유동성·책임의 벽

국내 업비트·빗썸 등 5개 원화 거래소와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해외 주요 거래소는 대부분 CEX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은 실시간으로 매수·매도가 이뤄지는데, 거래마다 블록체인에 기록이 남는 DEX 구조에선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유동성 공급이 어렵고, 시장 형성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남웅 대표는 “DEX는 거래 구조가 공개돼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 지갑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해킹 위험이 상존하고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로 인한 ‘러그풀(투자금을 모은 뒤 사라지는 사기 수법)’ 피해도 적지 않다”면서 “운영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범죄나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짚었다.

관건은 CEX 방식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통제하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도 은행·증권사처럼 장부와 실제 보유 자산의 일치 여부를 상시 검증하는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며 “이번 빗썸 사태는 그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업비트는 마케팅 이벤트 시 지급 예정 물량을 사전에 확보해 전용 계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후에 임의로 수량을 늘리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어환희.강광우.김민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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