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4·10 총선 공천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청탁 대가로 이우환 화백 그림을 김 여사에게 건넨 혐의는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현복)는 9일 오후 2시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14년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 법적 의미해 관해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인지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벌금형으로 선처하기 어려워 피고인 자격에 영향을 미치는 징역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 인식 정도나 범행으로 취득한 실질 이득 규모와 무관하게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3자에게 적극적으로 기부 상납을 요청했고 수사과정에서 죄책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검사는 2024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4139만여원을 불법 기부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 김 전 검사는 별건 수사라며 공소기각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특검의 수사대상을 명시한 특검법 2조 1항 16호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조항은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돼있다.
재판부는 조항에 명시된 ‘인지된 관련 범죄’의 의미를 법 제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할 때 “특검이 자체로 수사개시해 인지된 사건 이외 사건도 수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선거용 차량 기부라는 혐의는 공천 및 당선이라는 청탁과 동일한 목적을 위해 이용된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전 검사가 불법 기부받은 차량 등의 대납액수로 인식한 3500만원을 반환했으나 김씨는 돌려받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반환 약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확한 반환 약정 없이 제3자가 정치 활동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 사후에 갚았더라도 정치자금법상 기부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검사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2023년 2월쯤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에게 전달하면서 2024년 4·10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그는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같은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 장모 집에서 이 그림을 확보했다. 이 그림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고 공직 인사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림 구매 대금이 지불된 김 전 검사의 주거래 계좌 잔고가 마이너스 2억9000만원에 달했던 반면 김씨는 그림을 살 현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그림이 김 여사가 아닌 김씨에게 교부됐고 김씨가 계속 보유했을 가능성, 그림 매매대금을 김씨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검이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자신의 돈으로 구매했고 김 여사에게 제공됐단 것 증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직무 관련성, 진품 여부와 무관하게 무죄 판결했다.
공소사실의 주요 근거였던 그림 중개인 강모씨 증언도 신빙성을 갖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강씨는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2023년 1월쯤 김 전 검사가 김 여사를 ‘취향 높으신 분’이라 표현하며 그림을 사갔다고 했다. 한 달쯤 뒤 김 전 검사는 ‘김 여사가 엄청 좋아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씨가 이 진술을 제외한 그림 중개 경위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재판부의 해명 요구에 합리적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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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긍 어려워 항소”…김상민 “특검의 확증 편향”
청탁금지법 혐의 무죄는 김 여사의 남은 알선수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이우환 화백 그림과 명품 귀금속,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특검팀은 “법리 및 증거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 및 4139만여원 추징을 구형했다.
구속 수감 중이던 김 전 검사는 즉시 석방됐다. 김 전 검사는 석방된 후 “불법과 왜곡으로 얼룩졌던 특검 수사에 대한 법원의 준엄한 판단”이라며 “우리편은 봐주고 반대편은 죽이는 홍위병식 광풍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검사 변호인은 재판 직후 항소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