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대만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압도적인 승리에 대한 당혹감도 감추지 못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선거는 일본 내정”이라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일부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등은 일본 각계의 양식 있는 인사와 국제사회가 깊이 고민할 만 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다카이치 총리가 개헌선을 넘기는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한 불만을 완곡하게 내비친 셈이다.
린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일본 당국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직시하고, 군국주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대일정책은 시종 안정적이고 연속성을 유지한다”며 “다시 한번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과 관련된 잘못된 발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도 이를 거들었다. 신화사는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는 도박에서 승리했고, 일본은 더욱 위험해졌다”는 제목으로 안보·여론·경제 3중 리스크를 강조했다.
먼저 안보 측면에서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무력을 남용할 위험이 있다”며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며 이른바 ‘정상국가화’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사회 전반의 우경화와 함께 경제 측면에서 “전례 없는 양적 완화를 통한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약속한 지출이 국가 재정 능력을 넘어서는 ‘트러스 사태’가 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의 감세정책이 국채 폭락, 파운드화 폭락, 주가 하락 3중 경제위기를 불렀던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트러스는 취임 50일 만에 최단명 총리로 물러났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도 이날 “한 나라나 사회가 쇠퇴하고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일 때 ‘극우 지도자’를 포용하는 선택을 한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중일 사이의 대립과 교착상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샹하오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은 대만해협·남중국해 이슈에서 더욱 직접적이고 강경하게 개입할 것”이라며 “역사·영토·경제안보 등에서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화된 정치적 입지를 기반으로 중국과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국 정계 동향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미 정상이 올해 상호 방문할 예정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나 대만이 베이징에 돌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중일 관계 전망은 예상처럼 나쁘지 않다”고 전망했다.
대만은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 요인으로 중국을 꼽았다. 둥리원 대만 아태평화연구재단 이사장은 9일 열린 일본 총선 좌담회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리석고도 완벽하게 ‘야마토 정신(大和魂)’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야마토 정신은 2차대전 당시 군국주의에 물들었던 일본 민족주의를 말한다.
둥 이사장은 “중국의 목표는 국제적으로 일본을 고립시키고, 일본 국내적으로 다카이치를 고립시켜 2년 안에 다카이치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역효과를 불러 다카이치는 지지율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상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로 일본 내 친중 정치세력이 몰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궈위런(郭育仁) 대만 국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선거로 일본 정치권 내 친중 세력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지난해 11월 대만사태를 질의했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외무상을 역임한 오카다 의원은 중일우호의원연맹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