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권단체 "사실상 종신형…홍콩 언론자유에 마지막 못질"
트럼프 등 서방 정상들, 석방 요구해와…트럼프 4월 방중 앞 '마찰요인' 지적도
中외교부 "라이는 중국 공민으로 홍콩 혼란의 주범…홍콩 내부 문제"
홍콩 반중인사 지미 라이에 징역 20년…'국보법 위반' 역대 최장(종합2보)
가족·인권단체 "사실상 종신형…홍콩 언론자유에 마지막 못질"
트럼프 등 서방 정상들, 석방 요구해와…트럼프 4월 방중 앞 '마찰요인' 지적도
中외교부 "라이는 중국 공민으로 홍콩 혼란의 주범…홍콩 내부 문제"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권수현 기자 = 홍콩 민주진영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인 지미 라이(78)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9일 로이터·AFP·AP통신과 홍콩 매체 HK01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웨스트카오룽(서구룡) 법원은 외국 세력과의 공모·선동적 자료 출판 등 세 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유죄판결을 받은 라이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한 이후 해당법 위반으로 선고된 최고 형량이다.
이전까지는 2024년 11월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가 2020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파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비공식 경선을 진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것이 홍콩국가보안법 사건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었다.
법원은 라이가 2019년 홍콩 시위 국면에서 자신의 국제적 인맥을 활용해 여러 국가를 상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 및 관료들에 대한 제재를 적극적으로 로비했으며, 또 반중 매체 빈과일보를 통해 시민들의 거리 시위와 정부에 대한 대립을 선동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라이가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으며 "음모의 배후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고 지속적으로 외국과 공모를 추진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판사들은 징역 20년 가운데 2년은 이전 수감 기간과 겹쳐 라이가 추가로 복역해야하는 기간은 18년이라고 부연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된 라이는 2019년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와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외 목적으로 사용한(사기) 혐의 등에 대한 별도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5년 넘게 복역 중이다.
지미 라이의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은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3년 12월에 시작돼 지난해 12월 유죄판결이 나왔고 이날 형량이 정해졌다.
외신들은 80세에 가까운 라이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가 모범수로 형을 감경받지 못하게 될 경우 96세가 되는 2044년이 되어서야 석방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라이 외에도 전직 빈과일보 임직원 6명과 활동가 2명 등 8명이 각각 징역 6∼10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언론계 인사가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이를 강력히 통제하기 위해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했다.
라이는 자신이 중국 정부의 박해를 받는 "정치범"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날 흰색 재킷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한 라이는 법원에 들어가고 나설 때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는 형이 선고될 때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AFP 등은 전했다.
라이 측이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그의 가족은 이번 판결이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라이의 아들 세바스티안은 "아버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고, 라이의 딸인 클레어는 "잔인한 판결로, 그대로 집행된다면 아버지는 감옥에서 순교자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등은 이번 판결로 홍콩의 언론자유와 법치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규탄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조디 긴스버그 위원장은 "오늘의 지독한 결정은 홍콩의 언론 자유가 관에 넣어져 마지막 못질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번 판결이 "홍콩이 법치의 도시에서 공포통치의 도시로 변모해가는 또 다른 암울한 이정표"라고 평했다.
각국의 비판도 잇따랐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부 장관은 엑스(X)에 올린 성명을 통해 "홍콩당국이 그의 참혹한 시련을 끝내야 한다"며 자국 국적자인 라이의 석방을 재차 촉구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이번 판결이 "정치적 박해"라며 라이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라이가 중국 공민(시민)이며 법에 따른 처벌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지미 라이는 중국 공민으로, 반중과 홍콩 혼란 사태의 주요 기획자이자 참여자"라며 "그의 행위는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훼손했고 국가안보를 위협했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크게 해쳤다"고 비난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홍콩 특별행정구 내부 사안"이라며 "관련 국가들이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어떤 형태로든 홍콩 사법에 개입하거나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라이에 대해 "죄악이 가득한 인물로, 징역 20년은 마땅한 결과"라며 "이는 법치를 드러내고 정의를 실현한 것으로 통쾌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라이의 석방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마찰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부산 정상회담 때 라이 사건을 거론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라이의 유죄판결이 나왔을 때도 "시 주석에게 그의 석방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은 미국과 중국 간 관계에 마찰을 더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오는 4월 중국에서 시진핑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라이의 사건은 미중 간 협상에서 또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저우 태생 라이는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창업하는 등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가 1989년 벌어진 중국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라이가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고 홍콩의 민주 확대를 요구하는 논조를 펴다 중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결국 2021년 6월 자진 폐간했다.
가족들은 고령에 당뇨병 환자인 그가 5년간 독방 수감으로 체중이 크게 줄고 손톱이 빠지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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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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