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이 9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발 돌발 관세 인상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100% 입법 지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질의자로 나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총리에게 “김용범 정책실장이 ‘미국 관세 인상 압박은 100% 입법 지연 때문’이라고 했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김 총리는 “100% 그렇게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이 “그런데 정부·여당은 특검법, 노란봉투법, 검찰청 해체법은 속전속결로 일방 처리했다. 왜 국익이 가장 연관된 대미투자특별법은 방치했느냐”고 묻자 김 총리는 “방치가 아닌 것으로 안다. 야당에서도 국회 비준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제기해 왔다”며 맞섰다.
미국발 관세 인상 압박을 두고 국민의힘과 김 총리 간 질의가 오가며 고성이 일기도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례적이다. 동맹국 상대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자 김 총리는 “저희를 비판하는 것이냐,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곤 김 총리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묻자 박 의원은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느냐”고 퉁명스럽게 대응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와 군 기강 문제로 흐르자 충돌이 더욱 격화되기도 했다. 박 의원이 김 총리에게 북한의 신형 핵잠수함 위협을 거론하며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려 한다”고 하자 김 총리가 “인신 모독적 표현”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이후 박 의원이 “(군이) 위협 인지 능력도, 대책도, 기강도, 훈련도 없고 모든 게 없다. 딱 하나 있는 게 김정은 심기 보좌”라고 주장하자 김 총리는 “얻다 대고 대한민국 국군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느냐). 국군 전체에 대해 사과하라”고 항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비관세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최근 방미 중 만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은 한국 정부에는 투자 요청과 함께 비관세 장벽 개선을 요청했다”며 “그런데 투자는 (정상 간) 합의 이후 진척이 느리고, 비관세 분야는 추가 협의키로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 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정리한 표를 보여주며 “이 문제에 대해 빨리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도 밝혔다.
조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전 실무팀을 만들어 협상을 준비하라는 특별 지시를 했느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 통상교섭본부장이 USTR과 협의를 빠르게 진척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2월 중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조정 등 한·미 정상 간 합의의 후속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미국 협상팀이 방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조 장관은 “이번에 미 국무장관(마코 루비오)과의 회담에서 각 부처를 망라한 팀이 한국에 온다는 것을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 행정 통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광역 통합은) 하면 좋은 것이냐, 안 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질의하자 김 총리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행정 통합과 관련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에는 “좋은 말씀이지만 실행 문제기 때문에 이 부분은 총리 산하에 지원위원회를 두고 의원님들, 각 지역과 의논하며 챙겨가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서울 광화문 광장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해선 “최근에 들은 바로는 지하를 포함해 공사하는 데 필요한 관련 절차를 서울시가 다 밟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돼서 공사 중지 명령을 검토하고, 아마 곧 하지 않는가 듣고 있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건이 일부 무죄가 난 것에 대해선 “국민의 상식이나 법 감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들”이라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5·24 조치’의 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5·24 조치는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선언했고, 있으나 마나 한 조치”라며 “남북 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기에 이를 회복하는 조치로서 (5·24 조치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적 대북 제재다.
김 총리의 향후 거취를 두고 여당 의원과 총리가 불편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장면도 연출됐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김 총리에게 “서울시장 나오는 것은 포기한 것 같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에 복귀할 것이냐”고 묻자 김 총리는 “서울시장은 안 나간다는 말씀을 이미 드렸고, 국정에 전념한다는 말씀을 누차 드렸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이 “민주당이 8월 하순에 전당대회가 있는데, 그때도 계속 평당원으로 있을 것이냐. 마음 속에는 뭔가 로망이 있죠”라고 묻자 김 총리는 “국정에 전념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예, 국정에 전념하셔야 한다”고 말을 끝맺었다.
김 총리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당연히 로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