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관련 당원 여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냈다. 그간 합당에 대해 “당원들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정청래 대표가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지만, ‘지방선거 후 합당 재논의’에 민주당 의원들의 중론이 모이면서 당원 조사가 아닌,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매듭짓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복수의 최고위 참석자에 따르면 8일 저녁 비공개 회의 중 비청(비정청래)계 최고위원 3명(강득구·이언주·황명선)이 정 대표의 당원 여론조사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참석자는 “여러 최고위원이 ‘지금 끝내지 않으면 당이 더 크게 분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정 대표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문정복·이성윤 등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4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한병도 원내대표가 ‘당원 여론조사까지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힘을 실으면서 이날 논의는 10일 의총에 최종 결정을 위임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의총에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추진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당내 여론의 무게추가 합당 중단 쪽으로 기울어진 데는 ‘이런 방식의 합당은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는 청와대 안팎의 기류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초선과 3선, 4선 이상 중진 간담회를 거치며 정 대표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와 반대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진영 통합을 위한 합당인데, 그 과정에 당이 쪼개지면 합당의 의미도 퇴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와 여당 ‘투톱’으로 활동 중인 한 원내대표가 당원 여론조사에 우려를 표한 이유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이제 갈등을 봉합할 때다. 언제까지 내부에서 싸울 순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청래 지도부의 2차 종합특검 추천 파장이 겹치면서 정 대표의 합당 강행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쌍방울 김성태 회장 측 변호인단 출신인 전준철 변호사를 특별검사(2차 종합특검)로 추천했는데, 여기에 청와대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이성윤 최고위원 문제가 원만히 수습될지 모르겠다”며 “(정 대표가) 합당 문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민주당에서는 의원들의 합당 중단 요구가 종일 이어졌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감대를 충분히 이루지 못한 합당은 혼란”이라며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지금의 통합 논의는 먼저 답을 내놓고 과정을 맞추어 나가는 잘못된 논의”라고 적었다. 한준호 의원도 “지금 필요한 건 결자해지 그리고 리더십의 재정비”라고 정 대표를 직격하면서 “합당 논의는 최대한 빠르게, 늦어도 10일 의총 이후에는 중단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당에 원론적 찬성 입장을 낸 의원들도 지선 이후 재추진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SBS라디오에서 “과정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정청래 대표께서 합당 선언을 했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 진통을 끌고 가면 선거를 앞두고, 또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의원총회에서 매듭짓자”고 말했다.
당내 시선은 이제 당원 여론 수렴을 공언했던 정 대표가 어떤 출구전략을 마련하는지에 모이고 있다. 정 대표는 10일 오전 민주당 재선의원들에게 한 번 더 여론을 수렴한 뒤 의총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날 최고위는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오후 늦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