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위한 ‘군불 떼기’에 나섰다.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316석을 차지해 전체 465석의 3분의 2 이상인 '개헌 의석'을 확보한 데 따른 드라이브인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오후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도쿄 자민당사에서 약 30분에 걸쳐 회견을 열고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정책 전환에 대해 국민 신임을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헌을 언급했다. 모두 발언에서 그는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헌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위한 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개헌 일정이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우선 ‘총리’ 자격으로서의 답을 먼저 꺼내 들었다. “헌법심사위원회에서 정당을 초월한 건설적인 논의가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국민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깊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자민당 총재’로서의 바람도 언급했다.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 공약에 제시한 정책 과제들을 자민당이 실현하도록 위해 힘차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은 ‘아베 계승’을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의 오랜 숙원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도 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당차원의 공약으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보유를 금하는 헌법 제9조에 자위대 명기를 내걸었다. 비상사태 시 정부 권한을 헌법에 근거해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사태 대응'도 포함됐다.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목표를 제시하진 않았다. 개헌을 위해선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발의해야 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중의원에서 연립정권인 일본유신회(36석)과 합해 총 352석을 차지했지만, 참의원에서는 여전히 '소수여당'으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는 “지금까지의 논점 정리 및 논의 축적을 포함해 각 당의 협력을 얻어 개정안을 발의해 조금이라도 빨리 헌법개정의 한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노력할 각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악화한 중일 관계에 대해 아베 정권 시절 만들어진 '전략적 호혜 관계'를 언급했다. 기존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그는 “중국과 다양한 대화에 오픈돼 있고 현재도 다양한 레벨에서 의사소통하고 있다”면서 “국익 관점에서 냉정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오는 3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대응 과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흔들림 없는 일·미 결속 확인”을 꼽았다. 그는 “외교, 경제, 안전보장 등 넓은 분야의 일·미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하고, 일·미동맹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유의미한 회담이 되도록 확실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