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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카이치 1강’의 일본,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2026.02.09 07:08 2026.02.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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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전 주 니가타 총영사
동해와 면한 일본 니가타(新潟) 현은 야당 강세 지역이다. 야당·무소속 대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구 대결이 2024년 5 대 0, 2021년과 2017년 4 대 2였다. 일본 최대 쌀 생산지에다 자민당 정치의 상징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본거지라는 점에서 의외다. 하지만 2·8 총선에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자민당이 5곳 모두 탈환했다. 극적인 반전은 이번 선거를 압축한다.

자민당 천하, 전후 정치의 분기점
안보 등 강화로 ‘보통국가’ 가시화
한·일, 신뢰 바탕한 전략적 협력을

자민당은 수도권인 도쿄도와 가나가와·사이타마 현을 석권하고, 지바 현에서는 1석만 놓쳤다. 전후 최다 의석(316석)을 얻어 단독으로 중의원 전체 의석(465석)의 3분의 2를 넘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高市早苗) 총리의 인기가 일본 열도를 삼켰다.

총선으로 2012~2020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1강(强)에 버금가는 다카이치 1강이 시작됐다. 국가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아베이즘 2.0의 막도 올랐다. 주변국으로 넓혀보면 현대판 황제와 차르에 이어 절대 권력이 탄생한 셈이다. 총선은 유사 정권 교체의 완결판이다. 자민당 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의 온건 보수에서 강경 보수로의 권력·노선 이동에 쐐기를 박았다. 자민당을 떠났던 보수표가 돌아오면서다.

당내 주류 세력 교체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자민당의 DNA다. 대만 유사시 대응을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 전선도 보수표를 똘똘 뭉치게 한 요인인 듯하다. 국민의 위기의식은 강한 리더를 낳기 마련이다.

다카이치의 압승은 보수 진영의 숙원 해결에 동력이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는 이번 선거를 “국론을 양분하는 대담한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여기에 연정 파트너가 바뀌었다. ‘평화의 당’을 표방하는 공명당이 이탈한 연정 자리를 매파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메웠다. 브레이크 대신에 액셀러레이터가 함께한다. 아베 1강 시기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과 이를 제도화한 안보법 제정,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등과 궤를 같이하는 획기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비핵 3원칙’의 재검토다. 1967년 이래 핵무기의 제조·보유·반입을 금지한 국시가 바뀔 수 있다. 다카이치는 이 3원칙이 포함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3대 문서의 개정 방침을 이미 밝혔다. 약 10년마다 개정하는 이들 문서를 3년여 만에 바꾸겠다는 데서 그 의지가 읽힌다. 쟁점은 반입 부분 개정이다. 다카이치는 그 필요성을 언급해왔고, 유신회는 핵 공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기 수출 규제의 족쇄가 풀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른 하나는 정보 기능 강화다. 총리 관저에 NSC와 동격의 국가정보국 창설이 기정사실화됐다. 다카이치는 대외정보청 창설과 스파이방지법 정비도 시야에 넣고 있다. 안보·정보 관련 문제는 하나같이 휘발성이 강한 사안들이다. 자민당은 개헌도 내걸었지만, 참의원 의석수가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 2에 한참 모자란다. 2년 후 참의원 선거까지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수 있다. 일본 정치계에서 30여년 전에 나온 ‘보통국가 일본’이 앞으로 더 선명해질 것 같다.

한·일 관계는 더 견고하고 성숙한 파트너십 구축이 관심거리다. 이를 위해선 보수 어젠다 실현 과정에 대한 일본의 설명이 긴요하다. 현재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는 정착됐다. 이재명 정부의 대일 실용외교 기조도 확고해 보인다. 지난해 양국 상호 방문객이 1300만명 시대를 열 정도로 저변은 탄탄하다. 일본에서 TV를 켜면 한국 드라마가 봇물이다. 상호 교류와 문화를 넘어 윈-윈의 경제협력 틀 마련은 과제다.

한·일 관계의 새 청사진도 주문하고 싶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는 미·소 냉전기의 산물이다.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탈냉전기의 옥동자다. 오늘날 교류협력의 버팀목이 됐다. 한·일은 지금 미·중 패권 대립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중국의 굴기와 팽창주의, 미국의 고립주의와 타산주의 흐름이 뚜렷하다. 동맹은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해 보인다. 한·일 전략적 협력의 확대가 불가결한 시점이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60년을 향한 공동이익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렸으면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영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전 주 니가타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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