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국방부 패싱, KIDA에 아파트라니 [장세정의 시시각각]

중앙일보

2026.02.09 07:1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장세정 논설위원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6일 비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대남 위협에 대응할 국방정책을 찾기 위한 TF가 아니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1·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KIDA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자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국방 관련 시설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국토부 깜짝 발표에 반발 움직임

안보 특수성 고려해 재검토 필요
재개발·재건축 촉진, 정공법 쓰길
KIDA 관계자는 "아파트 1000채를 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이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태릉골프장 아파트 논란은 있었지만, KIDA를 끼워넣을 줄 몰랐다"며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를 곧 방문해 왜 이런 정부 발표가 나왔는지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당정 협의 도중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주택 6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KIDA는 군사전략, 군사력 건설, 무기체계 획득 등 국방정책 전반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분석으로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에 기여하도록 1979년에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이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처럼 KIDA는 국방부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해 지근거리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제 부처들이 세종으로 이전하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이 따라간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용산에 남는데 KIDA만 수도권 밖으로 보낸다면 비현실적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당국자는 "부동산 대책 발표를 보고서야 (KIDA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KIDA는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역구인 동대문갑에 있다. 공교롭게도 안 장관은 1·29 대책 발표 당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 중이었다. KIDA에 아파트 짓는다는 깜짝 정책에 안 장관도 적잖이 놀랐을 것 같다. 국방부 주변에선 문재인 정권 시절에 육사 출신 홀대가 심했는데 이번에도 안보 분야를 경시하느냐는 푸념이 들린다. KIDA 부지에 아파트 건립은 국가 안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검토할 문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달 30일 일본 요코스카시 해상자위대 총감부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안 장관은 '핑퐁 안보 외교'로 주목받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아파트 한 평에 3억원씩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요새 서울 수도권은 집값 때문에 시끄럽고 제가 그것 때문에 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폭등한 집값이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니 대통령도, 국민도 밤잠을 편히 못 잘 상황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공급 확대가 답이다. 하지만 자투리땅을 긁어모아 찔끔 물량을 제시하거나 재탕·삼탕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장의 예상을 압도하는 대규모 공급으로 집값 폭등의 불씨를 잡아야 한다. 문제는 서울에 신규 택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방부를 패싱하고 KIDA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엉뚱한 발상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주택 공급을 제대로 하려면 약발이 떨어지는 우회로를 찾기보다 정공법을 써야 한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말이다. 강남권은 이미 노후해 재건축이 절박한 아파트가 즐비하고, 강북은 재개발 대상 노후 주택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인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에 발목을 잡는 정책이 자꾸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서울 및 수도권의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이주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역단체장이 가진 정비구역 해제권을 국토부 장관이 갖도록 여당이 법을 바꾸면 서울시가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신속통합기획으로 지정한 구역까지 해제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평당 3억까지 치솟은 서울 아파트 문제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정비구역 389곳을 해제해 극심한 공급 부족을 초래했던 시행착오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쯤 되면 정부·여당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얼마나 진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세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