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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잡아야 하지만 선거용 졸속 추진은 곤란하다

중앙일보

2026.02.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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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을 가진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제 국무총리와 당대표, 대통령비서실장이 만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부동산감독원 설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데 이어 어제 민주당이 법안 발의 계획을 밝히는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 발의를 맡은 김현정 의원은 “부동산 불법으로는 단 1원의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무관용의 원칙을 시장에 각인시킬 것”이라고 했다. 당·정·청의 호언장담이 집값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혼란과 공포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정책이 행정의 옥상옥 구조를 만들거나 기존의 순기능을 없애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부동산감독원은 국토부, 국세청, 경찰, 금감원 등으로 분산돼 있던 부동산 감시 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조사·수사를 수행하게 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패가망신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사권·수사권이 남용될 경우 거래를 위축시키고 거래 정보 노출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도 부동산 거래는 한국부동산원에 입력되는 실거래 신고에서 의심 거래가 적발돼 국토부의 검토를 거쳐 국세청과 검찰, 지자체 등이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감시가 이뤄졌다. 분산된 기능을 모아 강력한 권한을 주면 효율과 속도 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자칫 권한 남용과 업무 중복을 빚을 소지도 다분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상설화가 논의됐다가 좌초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에서 봤듯, 부정청약 등 불법 행위를 감시 시스템 부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는 근절해야 한다. 다만 투기꾼 제재에 대한 긍정 여론에 편승해 졸속 입법이 이뤄지면 뒷감당은 선량한 국민의 몫이 된다. 선거를 의식해 내실보다 의욕이 앞섰다가 시장의 혼란만 키우고 정작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며칠 새 이재명 대통령이 공론화시키고 있는 민간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문제도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대사업자가 담당해 온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를 성과로 증명할 디테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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