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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헌법 명기 외쳤던 다카이치…“개헌 힘차게 추진”

중앙일보

2026.02.09 07:52 2026.02.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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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에서 내세운 정책들을 힘차게 추진하겠다.”

지난 8일 진행된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일본 총리가 선거 후 일성으로 ‘헌법 개정’을 들고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316석을 차지해 전체 465석의 3분의 2 이상인 ‘개헌 의석’을 확보한 데 따른 드라이브다.

김주원 기자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오후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정책 전환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고 강조하며 개헌을 언급했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헌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위한 조정을 진행해 가겠다”고 했다.

이어 “각 당의 협력을 얻어 개정안을 발의해 조금이라도 빨리 헌법 개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헌법 개정은 ‘아베 계승’을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의 오랜 숙원으로, 취임 전부터 그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전력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 9조의 ‘평화 조항’을 개정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진두지휘하에 치러진 전날 총선에서 자민당은 일본 정치 사상 처음으로 단독 316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36석)까지 합치면 총 465석의 중의원에서 352석에 달하는 ‘매머드급 여당’의 탄생이다.



개헌 3중 장벽 352석 일본 사상 최대 여당도 쉽지 않다

선거 전 예측을 뛰어넘는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다카이치 열풍’이다. 여성·비세습·무파벌 등 일본 정계의 문법을 깨는 신선함을 갖춘 데다 소탈한 화법 등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서면서 무당층 표가 대거 자민당으로 쏠렸다. 너무 많은 표를 받은 탓에 비례투표에서 자민당 후보가 부족해 14석을 다른 당에 양보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반면에 다카이치 정권을 견제하겠다며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합세해 만든 중도개혁연합은 167석에서 49석으로 의석수가 3분의 1 토막이 났다.

여권의 약점인 민생에서도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걸어 야권과의 쟁점을 사실상 지웠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야권이 주장하던 ‘소비세(식료품) 제로’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정책 쟁점이 사라지고 다카이치가 선거의 메인 이슈가 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이 이끄는 국제정세 속에서 다카이치가 내건 ‘강한 일본’도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기존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개헌을 통한 자위대 법적 근거 마련’ ‘스파이 방지법 제정’ ‘외국인 규제 강화’ ‘3대 안보 문서 개정 및 군사력 강화’ 등에 대한 공감대가 보수 우파를 중심으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중·일 갈등을 불러 온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역시 반중 정서가 강한 분위기에서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승리로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실현에는 장벽이 많다. 개헌을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석 이상 발의가 필요하다. 현재 참의원에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합쳐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또 자민당 내에서도 자위대의 존재를 어떻게 명기할지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다. 2017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9조 2항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 사이에선 2항을 아예 삭제하고 자위대를 군대로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참의원을 통과해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여론은 신중하다. 지난해 5월 NHK 여론조사에 따르면 9조 개정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일본 국민의 관심도 높지 않다. 8일 NHK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 시 가장 중시한 정책은 ‘물가 상승 대책·경제 정책’이 49%로 압도적인 1위였다. ‘헌법 개정’은 3%였다.

한편 9일 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외교, 경제, 안전보장 등 넓은 분야의 일·미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하고, 일·미 동맹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유의미한 회담이 되도록 확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는 “국익 관점에서 냉정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예.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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