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목 다쳐 그만두려 했었다…보드 내던진 '테토녀' 유승은 고백

중앙일보

2026.02.09 11:56 2026.02.09 14: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예선에서 유승은이 묘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 2차 시기. 유승은(18·성복고)은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440도 기술을 성공한 뒤 1, 2차 시기 합계 171.00점으로 1위로 올라섰다.

야구의 배트플립처럼 보드를 던지며 자신의 완벽한 경기력을 자축했다. 시원시원하고 패기 넘치는 요즘말로 ‘테토녀(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자의 합성어로, 주도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뜻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3차 시기에서 경쟁자 2명이 유승은의 점수를 뛰어 넘었다. 3위로 밀린 채 3차 시기 마지막 순서로 나선 유승은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다가 착지에 실패했다. 결국 무라세 고코모(일본·179.00점),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3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래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딴 건 유승은 선수가 처음이다.

스노보드 유승은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묘기를 부리고 있다. 뉴스1

스노보드 빅에어는 ‘강심장들의 스포츠’, ‘설원의 도마’로 불리는 극한 스포츠다. 건물 10층 옥상 높이인 30m에서 활강한 뒤 점프대를 타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기술을 겨룬다. 단 한 번의 점프로 플립(공중제비), 회전, 보드 잡기 등 복잡한 동작을 모두 수행해야 하며, 착지까지 완벽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부상 위험도 크다. 헬멧이 깨지면서 뇌진탕을 입을 정도의 충격도 자주 나온다.

이런 빅에어에 도전장을 낸 겁 없는 ‘2008년생 여고생’ 유승은이 새 역사를 썼다. 유승은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은메달을 땄는데,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빅에어 종목 메달이었다.

그는 2024년 10월 스위스 월드컵에서 데뷔했지만, 그 직후 부상으로 1년을 통으로 쉬었다. 당시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다.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무리해서 출전했다가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쳐서 복귀가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졌다.

사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노보드를 그만두려 했었다. 스위스에서 훈련하다 오른쪽 손목이 부러졌다. 발목 부상에서 어렵게 회복한 직후라서 더 힘들었다. 유승은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진짜 어렵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는데, 지금까지 한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아 많이 속상했다.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그만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가족과 지인의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았다. 급히 귀국해 수술대에 올랐다. 뼈를 고정하는 핀을 손목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출국했다. 대회는 깁스를 착용하고 치렀다. 깁스가 무겁고, 부상 부위가 신경 쓰여서 100% 기량을 발휘 못 했는데도 결과를 냈다.
한국 스노보드 유승은 선수가 지난해 12월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승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 원래는 탁구나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를 꿈꿨는데, 스노보드의 매력에 빠져 진로를 틀었다. 탁구 선수로는 큰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이 좋았는데, 탁구를 치며 반사신경, 스케이트보드로 균형 감각을 체득한 것이 스노보드를 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12월 ‘왜 빅에어 종목을 선택했냐’고 묻자 유승은은 해맑게 웃으며 “딱 한 번의 점프로 승부하는 스포츠라는 점이 매력”이라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점프를 해 랜딩(착지)했을 때가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소속팀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의 지원 아래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2014년부터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롯데는 2022년에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해 유승은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