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버스도 멈췄다…美봉쇄에 연료 바닥나는 쿠바
관공서 주4일제로 전환…에어캐나다, 급유 차질에 운항 잠정 중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봉쇄 조처가 쿠바 주민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쿠바 경제의 생명선이었던 관광업이 영향을 받게 된 데 이어 수도권 대중교통마저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쿠바 출신 대학생 페드로 에르난데스는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아바나 지역 주요 시내버스가 지난주부터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라며 "현지 대학생 상당수는 사실상 수업 출석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바나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현지 소식을 확인한다는 에르난데스는 "대학들은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원격 수업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지역으로 가는 고속버스 역시 대부분 끊기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아바나 지역 한 교민 역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경우 통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예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라면서, 지속해 악화일로에 있는 쿠바의 연료난 현실을 전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유류 수급 상황 속에서 연료 재고 고갈 여파는 지난 주말부터 본격화했다고 한다.
시내 주유소에서 디젤 판매는 하지 않고 있으며, 휘발유의 경우 쿠바 현지 통화(페소)가 아닌 미화(달러)로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1회 20ℓ로 구매를 제한했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기를 걸어야 하는데, 주유소 역시 연료를 제때 충당하지 못해 구매 신청을 해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공서의 경우 아예 주4일제로 근무 시스템이 전환됐다. 또 일부 기관의 경우 인력 재배치 및 근로계약 해지 같은 비상 대책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하늘길에도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는 이날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지속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를 고려해 쿠바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라며 "향후 며칠간 우리는 에어캐나다 패키지 이용객을 포함한 약 3천명의 쿠바 방문자를 고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좌석을 비운 항공기를 보내 그들의 귀국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고사 직전에 놓인 쿠바 관광업계에 이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국 주민이 거의 사라진 쿠바 관광지를 채운 건 캐나다 출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정부는 비상 대응계획 하에서도 국내외 항공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론 항공사 측에 쿠바 내에서의 항공기 급유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미국 정부는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면초가 형국에 놓인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 와중에 대화 여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쿠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