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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 부린 부모님 죄송해요” 여고생 스노보더 유승은, 최초의 역사 썼다

중앙일보

2026.02.09 14:15 2026.02.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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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뉴스1) 김성진 기자 =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유승은이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10/뉴스1
순한 얼굴의 ‘여고생 스노보더’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보드를 힘껏 집어던졌다. 분노의 표현은 아니었다. 무언가 해냈다는 기쁨의 표출. 한국 스노보드가 또 하나의 원석을 발견했다.

2008년생 샛별 유승은(18)이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합산 171.00점을 얻어 전체 3위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종목 한국 최초의 메달이자, 한국 여자 스노보드 사상 처음으로 나온 메달이다.

이로써 한국 설상은 전날 김상겸이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따낸 은메달을 더해 개막 초반에만 두 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경사를 맞았다. 설상 종목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이 함께 나온 적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만난 유승은은 “스노보드를 타면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데 이렇게 메달까지 따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지난 1년간 부모님께 너무 많은 투정을 부렸다. 뭐라고 말씀만 하시면 짜증부터 냈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고교생다운 애교도 잊지 않았다.

혜성처럼 나타난 유승은은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2024년 10월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을 통해 데뷔했지만,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1년을 통으로 쉬었다. 이어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다시 같은 부위를 다쳐 완전한 복귀가 더욱 늦어졌다.

악재는 계속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위스에서 훈련을 하다가 오른쪽 손목이 부러졌다. 이때는 아예 운동을 접을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수술을 잘 마쳐 복귀 속도를 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에서 은메달은 재기의 신호탄이었다. 여전히 손목에는 철심이 박힌 유승은은 “평소에는 아픈지도 모르고 뛴다”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날았다 유승은   (리비뇨=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유승은이 묘기를 펼치고 있다.   유승은은 이날 동메달을 차지했다. 2026.2.10   ond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스노보드 빅에어는 ‘설원의 도마’라고 불리는 극한 스포츠다. 건물 10층 옥상 높이인 30m에서 활강한 뒤 점프대를 타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기술을 겨룬다. 단 한 번의 점프로 플립(공중제비), 회전, 보드 잡기 등 복잡한 동작을 모두 수행해야 하며, 착지까지 완벽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부상 위험이 커 정상급 선수들도 경기를 마칠 때까지 긴장하지만, 이날 유승은에게서 두려움은 느낄 수 없었다. 대신 평소 동경하던 무라세 코코모, 조이 사도우스키 시놋와 메달을 놓고 경쟁해 행복해 하는 눈치였다.

유승은은 “제일 좋아하는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무라세와 사도우스키부터 말한다. 그만큼 평소 팬인 선수들이다. 그런 동료들과 함께 시상대에 설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아직 슬로프스타일 경기가 남아있지만, 일단은 근처 식당에서 마음 편히 밥을 먹고 싶다. 그 다음에는 다시 훈련에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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