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중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간판 구아이링(22)을 향한 대륙의 반응이 분명히 달라졌다. 결과 하나가 여론의 온도를 바꿨다.
구아이링은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86.58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에는 닿지 못했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미국 태생인 그는 2019년부터 중국 대표팀으로 활약해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빅에어와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 2개, 슬로프스타일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중국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은메달은 올림픽 통산 네 번째 메달이자, 슬로프스타일에서는 2회 연속 은메달이다.
슬로프스타일은 기술적 완성도와 안정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종목이다. 점프와 레일, 테이블, 박스, 웨이브 등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며 기술을 선보이고, 세 차례 시기 중 최고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구아이링에게는 쉽지 않은 무대였다.
예선 1차 시기에서 넘어졌지만, 2차 시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전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출발은 좋았다. 1차 시기에서 86.58점을 받아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 넘어지며 23점에 그쳤고, 스위스의 마틸드 그레뮤드가 86.96점을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3차 시기에서도 착지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1.65점에 머물렀다. 그렇게 구아이링의 슬로프스타일은 은메달로 마무리됐다.
경기 직후 구아이링은 묵직한 말을 남겼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아이링은 “두 나라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 대표로 뛰며 이미 올림픽 메달 4개를 안겼지만, 여전히 완전히 환대받지 못하는 현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실제로 최근까지 분위기는 냉랭했다. 치명적인 부상과 재활을 거쳐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음에도, 중국 내에서는 응원보다 비판이 앞섰다. 미국 시민권을 유지한 채 중국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구아이링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약 8740만 달러(약 1274억 원)를 벌어들였다.
중국이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미국에 있을 땐 미국인이고, 중국에 있을 땐 중국인”이라는 답변으로 즉답을 피했다. 이 태도는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대회를 앞두고 ‘소후닷컴’ 등 중국 포털에는 “기회주의자”, “돈 벌러 온 미국인”, “꺼져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은메달 이후 공기는 달라졌다. 베이징 뉴스, 시나스포츠의 보도 댓글에는 “가장 약한 종목에서 이 정도면 대단하다”,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는 반응이 늘었다. 심지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며 이전의 비난을 거둬들이는 글도 보였다. 여론은 결과 앞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구아이링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슬로프스타일을 시작으로 빅에어와 하프파이프가 남아 있다. 지난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쓴 주 종목들이다. 은메달 하나로 바뀐 중국의 부화뇌동한 여론이 주종목서 금메달을 따면 어떠한 찬양으로 바꾸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