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오현규(25, 베식타스)의 데뷔전은 강렬했다. 동시에 씁쓸함도 남겼다. 환상적인 골로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일부 홈팬의 행동이 경기의 여운을 흐렸다.
베식타스 JK는 9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베식타시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21라운드에서 알란야스포르와 2-2로 비겼다. 베식타스는 승점 37(10승 7무 4패)로 리그 5위를 유지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알란야스포르 쪽이었다. 전반 9분 황의조의 패스를 받은 귀벤 얄츤이 선제골을 터뜨렸고, 7분 뒤 다시 얄츤이 추가 골을 넣으며 2-0까지 달아났다.
베식타스의 반격은 오현규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반 32분 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했고, 오르쿤 코쿠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전반은 알란야스포르의 2-1 리드로 끝났다.
후반전의 주인공은 오현규였다. 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박스 안으로 흘러든 공을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베식타스 이적 후 첫 경기, 첫 골이었다. 나흘 전 헹크를 떠나 합류한 뒤 곧바로 선발 출전해 1골과 페널티킥 유도까지 책임졌다. 슈팅 5회, 기회 창출 2회, 볼 경합 승리 9회. 숫자로도 존재감은 분명했다.
경기 뒤 오현규는 "홈에서 첫 경기를 치를 수 있어 자랑스럽다. 분위기는 믿기 힘들 정도였고, 마치 꿈 같은 스타디움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승리를 놓친 점에 대해선 "만족스럽지 않다. 더 강하게 도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세르겐 얄친 감독도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빠르게 녹아들 것"이라며 오현규의 적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의 장면은 득점 직후였다. 베식타스 팬 유튜브 계정 'Emir Ozdemir'에 공개된 영상에는 한 홈팬이 오현규의 골에 환호하며 양손으로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과거 손흥민 역시 유럽 무대에서 같은 행동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악의 없는 표현이나 문화적 무지로 해석하려는 시선도 있다. 튀르키예 축구 문화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사례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국제 무대에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환호의 방식이 타인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순간, 그 의미는 달라진다.
오현규의 데뷔골은 분명 빛났다. 그 빛이 온전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경기장 안팎의 태도 역시 함께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