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선수 바로 곁을 따라가며 촬영하는 근접 중계 드론이 처음으로 본격 도입됐다.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한다는 평가와 함께 선수 집중을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회 중계에 투입된 카메라 800여대 중 25대 이상이 선수와 같은 눈높이에서 움직이는 1인칭 시점(FPV) 드론에 장착됐다. 넓은 풍경을 담는 기존의 고공 센서 드론은 10대만 배치됐다.
올림픽방송서비스(OBS)는 드론 한 대마다 조종사와 감독, 기술자로 구성된 3인 1조 팀이 운영하며, 전용 채널을 통해 비행경로와 타이밍, 각종 기술 조정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피에르 뒤크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국장은 지난주 근접 드론을 활용해 혁신적인 영상 구현이 가능해졌다면서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NBC방송의 올림픽 중계방송 조정국장 마이클 시언은 FPV 드론이 선수의 바로 앞이나 뒤를 따라 언덕을 내려오며 속도와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다며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이어 “측면에서 와이드샷으로 촬영할 때는 이런 느낌을 포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중계가 선수 진행 방향과 직각 구도로 이뤄져 화면의 좌우 움직임을 담는 방식이라면, 드론은 선수의 움직임과 평행하게 붙어 촬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당수 선수는 경기 중에는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섯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 파일럿 케일리 암브러스터 험프리스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이번 시즌 이탈리아 훈련 과정에서 이미 근접 드론 테스트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선수가 초반에는 불안을 느꼈지만 전문 인력이 조종한다는 점을 인지한 뒤에는 긴장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소음이나 주변 요소를 걸러내는 훈련이 돼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중의 함성이나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 등으로 주변이 소란스럽더라도 방해를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 매디 매스트로는 하프파이프 경기 때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최대 음량으로 음악을 듣는다며, 드론이 안전거리만 유지한다면 경기에는 지장이 없다고 WP에 말했다.
17세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이버리 크러미 역시 경기장에 들어서면 정신 상태가 달라진다며, 슬로프스타일 경기 당시 음악을 들은 것 외에는 장비와 코스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줄리아 탄노는 출발 전이나 훈련 중에는 드론이 보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인식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반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스노보드 선수 비아 킴은 드론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할 때가 있다며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촬영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어서 얼마나 근접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탓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걱정이 과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이탈리아 마돈나디캄필리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슬랄롬 경기 도중 공중 촬영을 하던 드론이 추락해 오스트리아의 마르셀 히르셔가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사례가 있다. 당시 드론은 히르셔를 불과 수 미터 차이로 비껴가 뒤쪽 눈 위에 떨어졌다.
히르셔는 당시 “끔찍하다”며 “이런 일은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심각한 부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은 한동안 드론 촬영을 금지했다가 몇 년 뒤 제한적으로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