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다. 흐름을 뜯어보면 의미는 분명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현재와 다음이 동시에 보였다.
이나현(한국체대)과 김민선(의정부시청)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여자 1000m에 나란히 출전해 각각 9위와 18위를 기록했다.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두 선수 모두 주 종목인 500m을 앞두고 실전 감각과 빙질을 점검하는 의미 있는 레이스를 치렀다.
특히 이나현의 9위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유선희가 기록한 11위를 34년 만에 넘어섰다. 첫 올림픽 무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눈에 띄는 결과였다.
이나현은 12조에서 엘리아 스메딩(영국)과 함께 출발해 초반부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200m 구간을 17초90으로 끊으며 상위권 흐름을 유지했고, 600m 역시 45초49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 기록은 1분15초76. 올림픽 신기록이 두 차례나 쏟아진 고속 레이스 속에서도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상위 10위권을 지켜냈다.
김민선은 11조에서 2022 베이징 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에린 잭슨(미국)과 맞붙었다. 초반 스피드는 인상적이었다. 200m를 17초83으로 통과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600m까지도 45초33으로 경쟁력을 보였다. 다만 마지막 반 바퀴에서 체력 부담이 드러나며 최종 기록은 1분16초24, 18위로 마무리됐다.
두 선수 모두 이날 1000m를 결과보다 과정에 방점을 둔 레이스로 활용했다. 실제로 1000m는 단거리 선수들에게 500m를 대비한 실전 리허설 성격이 강하다. 초반 가속과 중반 유지, 빙질 적응까지 점검할 수 있는 무대다. 이나현은 안정감, 김민선은 초반 스피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수확이 있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기록 경쟁 자체도 뜨거웠다. 네덜란드의 유타 레이르담이 1분12초31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펨케 콕이 1분12초59로 올림픽 기록을 새로 썼지만, 레이르담이 곧바로 이를 갈아치웠다. 동메달은 1분13초95를 기록한 다카기 미호(일본)에게 돌아갔다.
이나현과 김민선은 이제 주 종목인 여자 500m에 집중한다. 여자 500m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16일 열린다. 1000m에서 확인한 감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선수는 메달 경쟁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