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의대 정원이 490명 늘어난다. 향후 5년간 비서울권 의대, 공공·지역신설의대를 합쳐 단계적으로 3342명 증원이 이뤄진다. 기존 의대에서 증원되는 인원은 모두 지역 의무 근무를 전제로 한 지역의사로 선발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7~2031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 등을 확정했다. 증원 결정에 반발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보정심 회의 도중 퇴장했고, 위원 표결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
우선 내년도 의대 정원은 2024학년도 정원(3058명)보다 490명 늘어난 3548명이 된다. 윤석열 정부가 1509명을 증원했던 2025학년도 이후 2년 만에 다시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 후 2028~2029학년도 613명, 2030~2031학년도 813명(공공·지역신설의대 200명 포함) 등으로 점차 증원 규모를 늘리게 된다. 앞으로 5년간 의대생을 연평균 668명 더 뽑는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 목적을 명확하게 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며 "(윤석열 정부가) 증원할 때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과학적인 근거와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이 나기까진 진통이 적지 않았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12차례 회의를 거쳐 2040년엔 의사가 5704∼1만1136명 부족할 거란 공식 추계를 지난해 12월 내놨다. 다만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 유력하게 제시됐던 '최대 1만8700여명 부족'보다 크게 줄면서 반발하는 위원이 나왔다.
추계위의 공을 이어받은 보정심은 매주 회의를 진행한 끝에 2037년 부족한 의사 인력이 4724명이란 수요·공급 추계 모형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서 공공·지역신설의대 배출 인력(600명)을 제외한 4124명에 대한 기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단순히 5년으로 나누면 연간 증원 규모는 800명 안팎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정심 회의에서 내년도 모집 인원을 약 580명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증원 논의 범위를 밑도는 수준이라 보정심 안팎의 잡음이 커졌다. 결국 순차적으로 모집 인원을 늘리며 연평균 600명대 증원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의학교육계 의견을 수렴해 2027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80%인 49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증원 초기 준비, 휴학생 복학 등을 고려했다.
정부는 2024~2025학번 동시 교육(더블링) 문제 등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해 의대별 증원 상한도 설정했다. 특정 의대 쏠림을 막기 위해 의대 유형별로 20~100% 차등 적용하는 식이다. 정원 50명 미만인 국립대 '미니 의대'(3곳)는 증원 상한 비율을 2024년 입학 정원 대비 100%로 높게 잡았다. 50명 이상 국립대(6곳)엔 30% 상한을 적용한다. 지역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대 역할 강화, 소규모 의대 적정 인원 확보 등이 고려됐다. 사립대 의대는 정원 50명 이상 20%, 50명 미만 30% 상한을 적용한다.
기존 의대 중 증원이 이뤄지는 곳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다. 정부는 이들 의대 모집인원을 늘리되, 늘어나는 인력은 지역의사제를 적용해 지역·필수·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후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무 복무하는 형태다. 이들의 근무 지역은 9개 도(道) 지역이 될 전망이다. 신설되는 공공·지역의대는 2030년 개교를 목표로 잡았다.
또한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함께 인력·시설·기자재 같은 의학 교육 인프라 확충, 2024·2025학번 교육 지원 등으로 의대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선 지역의사와 필수의료 담당 인력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번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입장은 갈렸다. 그간 증원 중단을 강조해온 의협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보정심 결정을 비판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의료 정상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증원) 숫자에 매몰된 정부의 정책 발표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향후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무너진 의학교육과 의료 시스템을 먼저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료계 반대 때문에 의대 교육 여건을 이유로 의사 부족분에 훨씬 못 미치는 증원 결정을 내렸다"면서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 건강을 챙기려면 의대 정원을 더 늘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의사 부족 추계치가 축소된 건 유감이다. 이는 필수의료 인력 공백으로 이어져 환자들이 재차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감내하게 될 것"이란 입장을 냈다.
☞지역의사제란=정부가 의사 인력을 지역에 고르게 배치하기 위해 의대 교육비를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확대분은 모두 지역의사로 선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