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 건강을 챙기려면 의대 정원을 더 늘렸어야 합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이 10일 정부의 2027~2031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결정에 내놓은 평가다. 이날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27학년도 이후 5년간 연평균 668명 증원을 확정했다.
남은경 국장은 2년 만에 이뤄진 의대 증원에 동의하면서도 그 '폭'에 대해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 반대 때문에 의대 교육 여건을 이유로 의사 부족분에 훨씬 못 미치는 증원 결정을 내렸다"면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부터 과학적 추계 대신 머릿수를 내세운 정치적 결정이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계위가 제시했던 '2040년 의사 최대 1만1136명 부족' 추계치 등을 고려하면 연 1000명 이상 증원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 반발을 두곤 "증원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역의사제로 기존 정원과 구분을 지어놨기 때문에 병원·의대에서 뛰쳐나갈 명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권 의대가 증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 국립·사립·미니 의대에 따라 증원 상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 모두 부정적으로 봤다. 남 국장은 "서울 시내 공공병원도 의사 충원율이 떨어지고, 공공의사 필요성도 큰데 지역 논리로 밀린 것"이라면서 "증원 상한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단 지역의료 거점을 맡을 국립대 의대 중심으로 증원해야 한다. 미니 의대도 규모를 대폭 키워야 시설·교수 확충 등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지역·필수·공공 의료(지필공)를 살리기 위해 의대 증원분을 '지역의사제'로 돌리는 데엔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수련체계 개편, 의료 수요 억제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국장은 "대형 병원에 집중된 전공의 수련을 지역의료원을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의료기관으로 순회·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1차 의료 등에 접촉면이 커지면 그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사 공급을 늘리는 것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의료 이용량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비급여 시장 팽창 등으로 의사들이 일부 인기과에 몰리는 왜곡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의사 수를 늘려도 비급여·과잉진료 등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잡지 못하면 국민 의료비가 늘고 제대로 치료받기도 어려워진다"면서 "정부가 지필공을 살리려면 지금까지 손 놓고 있던 수요 억제 정책을 의대 증원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수조 원 규모의 필수의료 지원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