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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학대범이 토끼도 기르겠다고..."사육금지제 도입 시급"

중앙일보

2026.02.1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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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학대로 귀가 찢어진 햄스터. 사진 동물자유연대
울산에 사는 남성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햄스터 등 작은 동물을 비좁은 우리에 넣고 딱밤을 때려 기절시키거나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았다. 햄스터는 동족끼리 서로 잡아먹는 습성이 있는데도 함께 사육하면서, 피 흘리는 사진을 온라인상에 게시하기도 했다.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후에도 “이번엔 토끼를 기르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추가 학대를 예고했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A씨가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동물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목표로 올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 중이다. 죽임ㆍ상해 등 중한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1~5년간 동물소유ㆍ보호ㆍ관리를 금지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과도한 기본권 제한 우려 등으로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사회적 관심도 커진 만큼,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전문가들은 동물학대가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국회입법조사처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찰에 입건된 건수는 859건에 달한다. 이중 검사가 유죄로 인정한 경우는 393건, 구속 기소는 0건에 그친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학대 재범률은 10%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이 인지하기 어려운 ‘암수범죄’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육금지제 도입의 가장 큰 쟁점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현행법(민법 98조)상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다 보니 동물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고, 보험금을 산정할 때도 대인이 아닌 ‘대물’ 배상으로 다뤘다.

이 관점을 따르면 동물학대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다. 누군가가 자신의 물건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시각이 있다. 동물 사육이나 판매를 업으로 하는 경우 사육금지명령을 받으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동물학대 재범차단을 위한 법적 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이는 지나치게 일면만을 바라본 것”이라며 “반복적인 동물학대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권 제한은 동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위한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고, 사육금지제도의 도입 가능성 역시 그 일환에서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동물학대자의 사육권을 박탈하면 남겨진 동물의 보호 비용도 소유권을 넘겨받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유기ㆍ유실 동물은 연평균 약 11만6000 마리인데, 구조 보호비가 지급된 경우는 5만 마리 정도다. 노주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피학대동물을 격리하더라도 보호비용을 납부하면 학대자에게 반환하도록 한 현행법으로는 학대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동물학대자 사육 금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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