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10일 국회에 “재판소원은 실질적으로 4심제의 도입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법원행정처가 재판소원법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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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김선수 ‘신중론’ 인용해 “위헌 소지” 의견
10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법사위는 11일 오전 법안심사제1소위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당초 여당은 쟁점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 온도차를 보여 왔지만 11일 법사위를 열어 처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서를 법사위에 냈다.
의견서에는 “재판소원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입법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시한 헌법 101조를 들어 “불복이 있다 하여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하면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의 모델로 거론되는 독일에서 헌법상 연방헌재가 연방법원의 우위에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모두 대등한 지위를 가지는 헌법기관이라고도 지적했다.
재판소원 도입이 실질적인 4심제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은 실질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4심제의 도입”이라며 “재판의 지속과 반복으로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의 모든 사건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지고 소용은 없는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며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케 하는 희망고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재판소원 인용율이 평균 0%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선수 전 대법관이 재판소원에 대해 신중론을 편 언론 기고와 인터뷰도 인용했다. 문 전 대행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공청회에서 “재판소원은 실질적 4심제로 흘러 국민에게는 사건 처리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를, 헌재에는 업무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 전 대법관 역시 법률신문 기고에서 “재판소원 도입 여부는 헌법 개정 시에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이고 현행 헌법하에서 도입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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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제한 없이 청구 가능…남소 우려”
법원행정처는 법안 내용에 대해 “재판소원 허용 사유를 한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실질적으로 사유를 한정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라는 요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한 없이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어 남소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법안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추가를 요청했던 조항이다.
재판소원법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재법 68조에서 ‘법원의 재판’을 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88년 헌법재판소 발족 때 헌법소원 대상에서 ‘재판’이 빠진 이후 재판소원은 줄곧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였으나, 지난해 5월 이후 여당의 ‘사법개혁안’ 논의 과정에서 다시 떠올라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앞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4일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은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우리 헌법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권한이 분장돼 있다”며 개헌 없는 헌법소원 도입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과 11월 법사위에 의견서를 내고 재판소원 찬성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