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재해석한 대작 영화가 설 연휴를 앞두고 연이어 개봉한다. 마고 로비 주연의 '폭풍의 언덕'(11일 개봉)과 이미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몬테크리스토 백작'(13일 개봉)이다. 신분 차이로 엇갈린 사랑, 질투, 복수와 같은 인간 사회의 불멸의 주제를 다룬 고전들이다. 각각 136분, 17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화려한 영상미 덕에 지루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풍의 언덕'은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는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1847년작)이 원작이다. 영국 조지 왕조 시대(1714~1830년) 요크셔 지방의 몰락한 귀족 언쇼(마틴 클룬스)가 길거리에서 매 맞던 부랑아를 가문이 소유한 언덕 위의 저택 '폭풍의 언덕'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라는 이름을 얻은 소년은 저택에서 언쇼의 딸 '캐시'(마고 로비)와 함께 자란다. 서로를 '영혼의 쌍둥이'로 여기던 둘은 성인이 되며 강렬한 성적 끌림을 느끼지만, 이들의 사랑은 현실적 문제와 오해 속에 히스클리프가 저택을 떠나며 무너진다. 결국 캐시는 이웃 대부호 에드거 린턴과 결혼하고, 히스클리프는 수년 뒤 '폭풍의 언덕'을 매수한 부호로 돌아와 복수극을 펼친다.
수차례 영화화된 고전이지만, 이번 개봉작은 역대 '폭풍의 언덕' 중 가장 과감한 재해석과 연출로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에드거와 결혼한 캐시의 침실 벽면이 온통 캐시의 피부를 본딴 벽지로 꾸며진 장면은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이는 원작의 젠틀하고 유약한 에드거를 도착적이고 비틀린 인물로 재해석한 장면이기도 하다. 메가폰을 잡은 에메랄드 펜넬 감독은 "실제 마고 로비의 피부 사진을 비단에 인쇄해 침실 벽면을 만들었다"며 "아내가 된다는 것,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것, 수집품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어둡고 축축한 요크셔 지방의 공기와 대비되는 마고 로비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에 동원된 캐시의 드레스는 50벌가량으로 보통 시대극 여주인공 의상 규모의 2~3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화려한 패션 화보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돌아온 히스클리프가 캐시와 불륜을 저지르는 과정은 감각적이다 못해 선정적이다. 마고 로비 역시 "영화는 원작보다 선정적"이라고 소개했다. 펜넬은 자신이 14살에 소설을 읽었을 당시 느낀 감정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감독 데뷔작인 '프라미싱 영 우먼'(2020년)에서도 성범죄와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를 팝아트적인 레드·핑크 등의 컬러풀한 영상미로 풀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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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흥행으로 검증된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에 비하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4년에 집필한 동명의 대하소설은 음모와 배신 탓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식 도중 감옥에 갇힌 '에드몽 당테스'(피에르 니네이)가 탈옥에 성공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다시 태어나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영화는 2024년 5월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과 미국·일본 등에서 개봉한 작품이다. 프랑스 톱배우인 니네이의 뛰어난 연기력과 블록버스터식 연출이 볼거리로 꼽힌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도 97%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기존의 고전 시대극보다 현대적인 히어로물의 문법을 따랐다. 백작이 거울 앞에서 특수 실리콘 가면을 벗는 모습, 사교계 파티에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 등이 액션 영화의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1200페이지가 넘는 원작을 3시간에 압축한 만큼 중요한 인물이 빠지고 서사가 '뚝뚝' 끊긴다는 평가도 있다. '액션이 과하게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원작을 엄격하게 기준 삼지 않는다면, 호쾌한 액션 신에 몰입하면서 오랜 기간 복수를 준비해온 에드몽의 고뇌에 젖어들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나온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4290만 유로(약 640억원)를 투입한 만큼 세트도 웅장하고 화려하다. 이미 프랑스 내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했고, 전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1억달러(1300억원)를 달성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