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만기가 100년에 이르는 채권 발행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보기술(IT) ‘공룡’ 간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10일 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영국 파운드화로 표시되는 100년 만기 채권과 스위스 프랑 채권을 포함해 총 5종 만기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100년물 채권은 국가나 대학, 듀폰·코카콜라·월트디즈니 등 전통 산업을 영위하는 소수 우량 기업의 영역이었다. IT 기업이 이런 ‘센추리 본드’(만기 1세기인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건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때 IBM(1996년)과 모토로라(1997년) 이후 처음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장기물일수록 금리가 반드시 높은 것도 아니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나누는 구조로 안정적인 장기 배당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벳은 앞서 9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표시 회사채 발행으로 200억 달러(29조원)를 조달했다. 당초 예상한 15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알파벳은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며 추가 자금 끌어모으기에 나선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아마존·알파벳·메타 플랫폼·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총 자본 지출은 65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IT 인프라 기업이 올해만 4000억 달러 규모의 빚을 낼 걸로 예상한다. 지난해 1650억 달러에서 2.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AI 투자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경보음도 함께 울린다. FT는 “이들 대형 기술 기업은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채권시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전례 없는 지출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에도 부담이다. 대형 기술 기업의 막대한 채권 발행이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구축 효과’를 불러올 거란 지적이다. 모나칠 캐피털 파트너스의 알리 멜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부정적인 사건이 몇 가지만 겹쳐도 (채권) 매도세가 촉발되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며 “시장이 좋을 때는 신용시장이 매우 유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매수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