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치명적 약점은 변동성이다. 태양은 밤에 뜨지 않고, 바람은 항상 불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신재생에너지는 저렴한 비용과 빠른 설치 속도를 앞세워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 약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완전한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구조 변화를 주시하는 투자자에게 해법은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이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대부분 2030년 BESS 시장 규모를 1000억~15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
완전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전력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저장 기술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 EU 같은 선진 시장에서 BESS 설치 용량은 2021~2023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에도 15% 성장했다. 2025년 이후에는 신규 신재생 설비 증가와 경제성 개선에 힘입어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태양광·풍력 세액공제가 단계적으로 축소되지만, BESS는 2033년까지 세제 혜택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책 환경을 확보했다.
BESS는 AI와 디지털 자산 확산이 촉발한 신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유력한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미국과 EU의 전력 수요를 약 15년 만에 정체에서 성장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한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충당하기 어렵다. 배터리는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해 낮은 발전 단가와 빠른 구축 속도를 동시에 제공하며, 새로운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BESS와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을 상쇄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기후, 인프라 제약, 지정학적 사건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따라 급변해 왔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BESS를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 과잉 시점을 수요가 높은 시점으로 이동시켜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도매 전력 가격에 미치는 원자재 가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BESS 투자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방식부터, 현물시장 거래와 전력망 보조 서비스 참여로 초과 수익을 노리는 전략까지 폭넓은 선택지가 있다. 후자는 수익 잠재력이 크지만, 위험도 높다.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 같은 보호 장치, 보수적인 자금 조달 구조,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 요소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BESS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라면 시장 구조와 운용 방식에 따라 위험과 수익의 스펙트럼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