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원내 지도부 및 최고위원회와의 사전 논의 없이 ‘지방선거 전 합당’을 제안한 지 19일 만이다.
정 대표는 10일 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대와 통합을 위한 통합 추진 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연대와 통합을 위한 준비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지방선거 후 통합 추진 준비위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있던 여러 일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지방선거 전 합당이 어렵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최고위 논의를 통해 합당 추진 중단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의총에선 절차와 원칙의 문제가 제기됐고, 갈등 봉합을 위한 지도부의 사과 조치 요구 등이 빗발쳤다고 한다. 합당을 찬성하는 박지원 의원이 “조국 (혁신당) 대표가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 나올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합당은 필요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박 의원조차 ‘지방선거 연대 후 합당’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 대표 특유의 ‘마이웨이’ 방식 추진 탓이 크다. 깜짝 합당 추진 발표가 합당 반대론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지자 정 대표는 전 당원 의견 수렴을 공언했지만 탈출구가 되진 못했다. 초선 의원은 “모든 걸 당원투표로 밀어붙이는 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지도부 구성이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혁신당 몫’을 일정 부분 떼줘야 한다는 것도 의원 여론을 악화시킨 주 요인이다. 합당을 둘러싸고 여권 일각에선 ‘밀약설’ ‘김어준 기획설’까지 제기됐다.
정 대표는 리더십 균열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여기에 정청래 지도부의 2차 종합특검 추천 파장까지 덮치며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를 특별검사 후보로 올린 데 대한 당내 불만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선거 연대의 파트너가 돼야 할 혁신당이 순순히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혁신당이 “피해자 입장”이라며 “적절한 수준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정 대표의 합당 무산 발표 뒤 페이스북에 “조국혁신당의 입장을 내일(11일) 긴급최고위원회를 개최한 후 당 회의실에서 밝히겠다”고 썼다.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가 김어준·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장외 지원세력만 믿고 일을 추진하다가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