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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의 시선] ‘문재인 정부 시즌2’로 집값 잡힐까

중앙일보

2026.02.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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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문재인 정부 시즌2’를 향해 가고 있다. 세부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전방위적 규제라는 큰 틀에선 지난 문재인 정부와 현 정부가 상당히 일치한다. 20년 전 노무현 정부까지 포함하면 역대 세 번째로 겪는 일이다. 사람은 달라져도 민주당 정권의 ‘규제 본능’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각 정부의 규제가 ‘100% 판박이’는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순한 맛’이었다면 현 이재명 정부는 훨씬 ‘매운맛’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토허제 확대에도 집값 못 잡으니
보유세 포함 ‘징벌적 세금’ 만지작
지난 정부 정책 실패 되풀이하나

지금까지 나온 매운맛 규제에서 가장 강한 조치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대폭 확대였다. 문재인 정부 때도 부분적으로 토허제를 동원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20년 4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허제로 묶은 게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이름은 토허제지만,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변질했다. 다만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는 노력은 있었다. 일부 동 단위로 토허제를 적용했을 뿐 서울 전역을 토허제로 묶는 식의 ‘극약처방’까지는 쓰지 않았다.

현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파격적으로 토허제를 확대했다.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곳을 토허제로 묶었다. 세입자가 낀 집은 아예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거래를 막아 버렸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 봉쇄를 내세운 정부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집값을 잡았을까. 통계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사용하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자. 토허제 확대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한 주도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해 들어 한때 0.3%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간 상승률 0.3%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주택시장 과열로 판단했던 기준점이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자료에선 집값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19일 이후 3주 연속 0.3%를 웃돌았다. 토허제가 잠시 거래를 억누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약발’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자 정부는 다음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징벌적 세금’이다. 지난해 대선 때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약속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좋겠다. 1단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다. 오는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시세차익의 최대 82.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그 대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인다는 방침이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양도세 중과는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양도세만 올리고 보유세를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주택시장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매물이 더욱 자취를 감출 것이다. 양도세가 아무리 무거워도 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지 않으면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티다가 규제 지역에서 풀리거나 정권이 바뀌면 양도세도 달라질 수 있다.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매물 잠김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예 기간 종료와 함께 매물 증가 효과도 사라질 것이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험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10 대책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취득·보유 및 양도의 모든 단계에서 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2021년 6월 1일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는 다들 기억하는 대로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벼락 거지’란 말이 유행어가 됐고, 정부는 시장을 무시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오래된 이솝우화의 한 대목을 다시 떠올려보자. 해님과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한다는 얘기다. 바람은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목적 달성에 실패했지만, 따뜻한 햇볕은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했다. 부동산에서도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만 커질 뿐 결국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걸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선 그렇게도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민주당 정권이 유독 부동산에선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집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이란 목적이 정당하다고 과도한 규제라는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서민을 옥죄는 역설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정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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