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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당 무산, 정략에 골몰한 정청래의 예고된 결말

중앙일보

2026.02.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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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결국 무산됐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정청래 대표가 추진한 합당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현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제안한 양당의 합당은 20일 만에 동력을 잃게 됐다. ‘범진보 통합’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여권 분열의 후유증만 남기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이 상당수였는데도 합당이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정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정 대표는 최고위원·의원단 등과 사전에 어떠한 상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합당 추진을 발표했다. 당의 정치적 진로를 당대표가 혼자 결정해 밀어붙이니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독단”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6·3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객관적인 자료나 전략적 구상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초선 의원들은 “졸속 합당 중단”을 요구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 대표가 합당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쓰려 한다는 의심이었다. 합당을 통해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조국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를 노린다는 밀약설이 퍼질 정도였다. 친명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주류가 견제와 반대에 나서면서 ‘명·청 갈등’이 두드러졌다. ‘친명’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 대표 면전에서 “2인자, 3인자들이 프레임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원 여론조사로 논란을 돌파해 보려던 정 대표의 시도는 한병도 원내대표마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집권 8개월을 막 지난 여권에서 합당 제안을 계기로 ‘명·청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관세협상과 부동산값 폭등 대책 등 국정 현안이 수두룩한데 친명이니, 친청이니 하며 권력 투쟁을 벌일 여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심지어 합당 갈등의 이면에는 주류 친명과 구주류 친노·친문계의 권력투쟁이 있다는 말까지 나도는 작금의 상황을 여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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