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7~2031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확정했다. 내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5년간 총 3342명을 늘리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은 법에 근거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도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충분한 협의 없이 대규모 증원을 추진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고, 의료 현장은 장기간 파행했다.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있었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아 갈등이 증폭됐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갔다.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의대 증원 결정은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의 추계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위원회는 의료공급자 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데 참여해 놓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의료인 단체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증원 안을 수용하기 바란다. 만일 의료계가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증원은 단순히 의대생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늘어나는 정원은 비(非)서울권 32개 의대에 배정되고 지역의사제 선발 전형으로 충원된다. 재학 중에는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일하게 된다. 2030년부터는 공공의대와 지방의대도 신설된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지역의사제나 공공·지역의대가 도입 취지에 맞게 기능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아울러 필수 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 의료인의 과도한 형사책임 완화,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등 보완책도 뒤따라야 한다. 인력만 늘리고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증원 이후의 보완·실행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해 실행해야 하고, 의료계 역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더 이상 대립과 불신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번 의대 정원 확정은 또 다른 의·정 갈등의 출발점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증진하는 협력의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