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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기저귀도 안 팔잖아요" 마트 규제완화 반기는 엄마들

중앙일보

2026.02.10 12:00 2026.02.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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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기저귀 판매대. 연합뉴스
" 전통시장에서는 주로 과일이나 식재료를 사죠. 급하게 필요한 육아용품은 안 파니까요. "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노아라(38)씨는 한달에 한두번 전통시장에 들르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주 2회 이상 이용한다. 노씨는 “애들 친구 생일선물이라든가 갑자기 필요한 물건은 아이들과 관련된 게 많은데,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마트에서도 새벽배송이 된다면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4세, 0세 두 아이를 키우는 조상지(31)씨도 “기저귀나 분유, 아기 간식 등 육아에 필요한 물품은 거의 온라인으로 산다”며 “아이들이 어려 오래 밖을 돌아다니기 어렵고, 급하게 필요한 물건은 밤 늦게 주문해도 다음날 도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 개정안 추진을 두고 일각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소비자들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커머스 주문은 생필품에 집중돼있고, 이런 품목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지윤 기자
10일 중앙일보가 국가데이터처의 전국전통시장표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26일 기준 ‘전통시장 및 상점가’로 분류된 1393개의 전통시장 중 생활용품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총 540개, 전체의 약 38.8%였다. 전국 전통시장 10곳 중 4곳은 생활용품을 파는 점포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SSG닷컴에 따르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쓱배송’의 지난달 유아용품 카테고리 매출은 직전 달보다 오름세를 기록했고, 기저귀 매출은 같은 기간 46% 올랐다. 현재 금지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생필품 위주로 소비가 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인 ‘매일오네(O-NE)’에서도 주문 물량은 생활소비재 품목 위주로 늘었다. CJ대한통운 측은 “매일오네 서비스를 도입한 지난해 12월 일요일 기준 출산·육아상품 배송물량은 연초 대비 316% 증가했다”며 “기저귀, 분유 등 갑작스러운 구매 빈도가 높은 생필품 카테고리에서 이용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기자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제12조의2에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포장·반출·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유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8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당정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유산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전통시장 간 상생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일부 의원 및 관련 협회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6일 전국상인연합회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은 유통 구조 전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9일 성명을 내고 유산법 개정에 대해 “골목상권에 대한 ‘경제적 학살’”이라고 직격했다.

10일 설 명절을 앞두고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서 시민들이 설 제수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상생안을 고민하는 동시에 전통시장 및 골목 상권도 변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대·중·소로 구분되던 유통 환경과 달리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몰리지 않는다”며 “오프라인 상권은 소비자가 찾고 싶어지도록 경험 면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는 시장을 포함한 오프라인 상권도 온라인·퀵커머스 환경에서 상품을 팔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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