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증거'에 말 바꿨다…러트닉 "엡스타인 3번 만났지만 친분은 없어"

중앙일보

2026.02.10 13:4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사퇴 압박에 직면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2019년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숨지기 전까지 만남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엡스타인과의 개인적 관계는 부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적 관세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사퇴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러트닉 장관은 엡스타인과 뉴욕 맨해튼에서 이웃으로 지내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자 “2005년 만난 뒤 혐오감을 느껴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에서 엡스타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던 사실 확인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그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나오자 번복…“만난 건 맞지만 친분 없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상무·법사·과학 소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2005년 처음 엡스타인을 만나고서) 6년 이후 그를 만났고, 그로부터 1년 반 뒤에 다시 만났다”며 “그 이후로는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005년 첫 만남 이후엔 엡스타인과 절연하고 다시 만난 적 없다던 기존의 주장을 번복한 말이다.

러트닉 장관은 “아마 수백만건의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서 나와 그를 연결하는 이메일은 10통 정도”라며 “다른 모든 사람처럼 나도 내 이름이 나온 수백만건의 문건을 들여다봤는데 발견한 건 내가 (2011년) 5월에 오후 5시에 1시간 동안 만났다는 내용의 문서뿐이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만남에 대해선 “저녁 식사나 다른 게 아니라 오후 5시에 1시간 만난 것일뿐”이라고 했다.

2012년 가족들과 함께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에 간 것에 대해선 “가족 휴가를 위해 배를 타고 건너가던 중 그와 점심을 함께했다”며 “(엡스타인이 소유한)섬에서 점심을 먹은 것은 사실이다. 1시간 동안이었고, 내 아이들, 보모들, 아내와 함께 모두 같이 떠났다”고 주장했다.

10일(현지시간) 촬영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인쇄본.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는 상당수가 가림 처리가 된 상태다.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공개된 공식 기소장 및 법원 기록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수십 년간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착취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엡스타인의 섬에 간 이유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건에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이라도 잘못된 일을 했다는 한 개의 단어도 없다.”며 “나와 그와의 관계라 부를 만한 것도, 지인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엡스타인과 만났다는 사실 이외의 부적절한 관계나 거래 등 다른 증거는 문건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거짓말’ 드러났지만…백악관 “러트닉 전적 지지”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 관계를 유지했다는 증거가 확인되자 결국 엡스타인과 절연했다던 말을 번복했지만, 백악관은 러트닉 장관에 대한 지지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범죄자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트닉 장관의 거취’를 묻는 질문을 받자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팀의 매우 중요한 멤버이며, 대통령은 전적으로 장관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2012년 섬 방문 이후 2019년 사망 직전인) 2018년까지 엡스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레빗 대변인은 “알려야 할 중요한 성과가 많이 남았다”며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한 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과와 이민자 단속 실적을 홍보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옮겼다.

지난해 12일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소장품에서 나온 날짜 미상 사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엡스타인(가운데)과 함께 서서 신원 미상의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AFP=연합뉴스
레빗 대변인은 이밖에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관용’(clemency·사면 혹은 감형)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최근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솔직히 이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이를 얘기했을 때 그(트럼프)는 이것(사면)이 고려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맥스웰의 사면 요구에 대해 사실상 사면을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거래’를 제안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