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먹거리 물가 상승세에 정부가 장관급 태스크포스(TF)를 상시 가동해 특별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담합이나 독점력을 남용해 민생 물가 부담을 키우는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발견되면 '가결재결정' 명령을 내리는 등 강도높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실제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1차 회의를 열고 “서민생활과 직결된 먹거리 가격 상승으로 민생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5년간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21.4%, 가공식품 24.8%, 외식 25.3% 등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6.8%)을 웃돈다.
우선 공정위는 2006년 밀가루 담합 때 이후 20년간 발동하지 않았던 가격 결정 개입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설탕 등 일부 품목의 고질적 담합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러한 가격 담합이나 독점 행위가 발각되면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해, 담합 이전으로 가격을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가격재결정은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이뤄지는 시정명령이다. 담합 행위 근절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해서 가격을 올린 사례가 적발되면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하는데 사과하고 모른척 또 넘어간다”며 “가격조정(재결정) 명령제도가 있다던데 그것도 잘 활용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가격재결정 명령을 시정명령의 하나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 운영지침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생물가 TF는 구 부총리가 의장, 주 위원장이 부의장을 맡고, 이슈 품목ㆍ분야별 소관 기관장이 필요 때마다 참석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TF에서 주요 이행과제를 제시하면 3개의 점검팀이 문제점을 분석해 세부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점검팀’은 공정위 부위원장, ‘정책지원 부정수급 점검팀’은 재경부 1차관, ‘유통구조 점검팀’은 농식품부 차관이 팀장을 맡는다.
불공정거래 점검팀은 이미 높은 가격이 형성된 민생밀접 품목, 국제가격 대비 국내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 원재료 가격 변동 대비 제품 가격 조정이 불균형한 품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불공정 거래 우려가 있으면 관련 부처와 합동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불공정행위를 통한 부당이득을 현저히 초과하도록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 수준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부정수급 점검팀은 할인지원ㆍ할당관세ㆍ비축물량 방출 등 주요 물가안정 정책의 이행 실태를 점검한다. 부정수급한 사례를 적발하면 즉시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할당관세 품목을 장기간 보관하는 등의 위법행위나 관세 포탈도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도 할당관세를 악용한 불법ㆍ부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특별단속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유통구조 점검팀은 소비자단체 등과 협업해 유통구조와 관련된 가격정보를 분석하고, 정보공개 확대도 추진한다. 구 부총리는 “장바구니 무게를 확실하게 덜 수 있도록 상반기 중 TF를 집중 가동해 시장질서를 회복하고 체감물가를 낮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