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난이도 실패 원인이 시험 막판까지 많은 문제를 교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어 지문을 만들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11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0~23일 13일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내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자를 조사한 뒤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진용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영어 영역이 출제 과정에서 다른 영역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문항이 교체됐다”며 “이에 따라 난이도 점검 등 후속 절차에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영어 영역은 모두 45문항 중 19문항(42.2%)이 교체됐지만 국어는 1문항, 수학은 4문항을 바꾸는 데 그쳤다. 평가원도 최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영어 난도 실패에 대해 “사교육 연관성 문항 배제와 문항 오류 점검을 위한 지문 교체 작업이 출제 후반부까지 이어져 난이도 조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불(火)영어’ ‘용암영어’라는 말을 낳았다. 4% 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비율이 낮아 난이도 조절에 크게 실패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오승걸 전 평가원장은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사고를 향후에 방지하기 위해 영어 문항 출제 위원 중 교사 비율을 50%로 늘리기로 했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교사 비중이 3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신진용 교육부 과장은 “교사 비중을 늘려 수험생의 실제 학업 수준을 반영해 출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출제·검토위원을 선발할 때 교과서나 EBS 교재 집필 이력을 더욱 확인해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AI를 수능 출제에 도입할 계획이다. 2030년에 ‘교육평가 출제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해 AI를 활용해 영어 지문을 만들고, 난이도 예측과 유사 문항 검토도 시킬 예정이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하반기에는 시스템을 개발한 뒤 내년에 시행되는 2028학년도 모의평가부터 시범 운영할 수 있다. 교육부는 수능 문항 출제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시범 도입 뒤에도 반응이 좋으면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는 출제·검토위원을 매년 다른 임시 숙소에 한 달가량 격리하는데, 교육부 방안대로라면 향후에는 AI 시설과 연계된 곳에서 수능 출제를 해야 해 보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송근현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독자적인 보안 체계를 갖춘 폐쇄형 서버 확보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한 수능 지문을 개발하면 중·하위권 학생들 성적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EBS교재와 수능 연계 비율이 현재 50%정도인데 AI를 통해 지문을 만든다면 낯선 내용을 어려워하는 중·하위권 학생들 점수가 더욱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