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FC 바르셀로나의 '네그레이라 사건'을 둘러싼 프레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심판을 매수했다"는 자극적인 의혹이 여론을 장악해 왔으나, 수사와 법정의 핵심은 점점 '돈이 어떻게 흘렀는가'로 모인다. 바르셀로나가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심판 기술위원회(CTA) 부의장이던 호세 마리아 엔리케스 네그레이라 측 기업에 거액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 뒤, 그 목적과 실체, 장부 처리 방식이 쟁점으로 남았다.
스페인 유력지 '아스'는 지난 2023년 3월(한국시간) 스페인 검찰이 바르셀로나의 네그레이라 측 기업(다스닐 95 등)에 대한 지급 내역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액은 730만 유로(약 126억 5000만 원)) 수준으로, 기간은 2001년부터 2018년까지로 제시됐다.
영국 '가디언' 역시 2016~2018년 사이 지급(약 140만 유로)이 집중 조명되며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구단은 "기술 보고서·영상 분석 등 자문 대가"라는 설명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급 자체'보다 '지급의 성격'이다. 네그레이라가 CTA 부의장으로 재직한 인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계 설정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생겼고, 그 틈에서 '심판 매수'라는 단어가 달라붙었다. 다만 검찰이 바르셀로나를 스포츠 부정(스포츠 사기) 성격으로 기소·수사하는 과정에서, 실제 경기 판정에 영향을 줬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지점이 계속 약점으로 거론돼 왔다.
시간이 흐르며 초점은 장부와 내부 절차로 옮겨갔다. 법원은 바르셀로나에 계약 원본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구단이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누가 관여했는지', '어떤 산출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강화됐다. 결국 사건은 '심판을 샀는가'라는 단정형 질문보다 '그 돈은 어떤 명목으로, 어떤 문서로, 어떤 결과물과 맞물려 처리됐는가'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이 흐름 속에서 새 증언이 등장했다. 스페인 아스는 2월 10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 B팀 감독을 지낸 제라르 로페스의 발언을 전했다. 로페스는 온다 세로(Onda Cero) 라디오 'Radioestadio Noche' 인터뷰에서 "네그레이라 건은 바르셀로나의 역사적 실수다. 그와 별개로 심판을 샀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취지로 말하며, 자신이 유스·2군 현장에서 네그레이라의 아들이 만든 '심판 관련 리포트'를 받았고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했다"라고 밝혔다.
네그라이라 '심판 관련 리포트'는 스페인 1부 리그 대부분의 팀들이 구매해 사용했던 '양지화'된 리포트라고 알려졌다. 즉, 해당 리포트를 구매해서 사용한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핵심은 '보고서가 실제로 현장에 전달됐는지'다. 바르셀로나의 방어 논리는 줄곧 "심판 성향 분석 등 기술 자문"이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산출물이 존재해야 한다. 로페스의 발언은 "나도 받았다"는 1차 경험담에 가까워, 최소한 '문서가 실제로 제공됐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이 대목이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25년 12월, '엘 파이스'는 조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이 법정에서 "심판 관련 보고서가 (최대) 600건가량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으나, 동시에 당시 1군을 맡았던 루이스 엔리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가 "(해당 보고서를) 보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로페스는 그 공백을 찌른다. "1군은 몰랐을 수 있어도, 적어도 B팀 현장에는 보고서가 왔다"는 주장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남는다.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지급 규모가 정당화되는 일은 아니다. 검찰·법원이 들여다보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계약서, 인보이스, 내부 결재 라인, 실제 산출물, 그 산출물이 어떻게 활용됐는지까지 하나씩 맞춰져야 '자문'이 성립한다. 그 연결이 끊기면 '허위 용역', '회계 조작', '배임' 같은 혐의가 현실화될 여지가 생긴다.
정리하면 '네그레이라 사건'은 두 갈래의 의혹이 맞물려 있다. 하나는 축구의 결과를 흔드는 '심판 매수 프레임'이다. 다른 하나는 돈의 흐름과 문서의 실체를 따지는 '재정·회계' 프레임이다. 최근 법원 요구와 증언의 방향을 보면, 사건은 점점 후자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로페스의 "보고서는 있었다"는 말은 바르셀로나의 '자문' 논리에 생명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다면 왜 그 금액이었나"라는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들 수도 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소모전의 결론은 결국 문서와 증거가 내린다. 구단이 주장하는 '실무 자료'가 어느 수준으로 존재했는지, 지급과 산출물이 1대1로 맞물리는지, 공백으로 지적된 구간에서 장부 처리가 왜 달라졌는지. 그 답이 채워질수록 '네그레이라 사건'은 소문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판결로 이동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