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20년 옥살이 중 숨진 뒤에야…'아내 살해' 누명 벗은 무기수

중앙일보

2026.02.10 22:10 2026.02.10 22:2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03년 7월 9일 '진도저수지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 인근 도로의 모습. 박준영 변호사는 ″'피고인이 차량을 조향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오류″라며 ″졸음운전이며, 조향 없이도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박준영 변호사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남편이 옥중 사망 이후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유죄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김성흠 지원장)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故) 장모 씨의 재심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무기징역 판단에 결정적 근거가 됐던 증거들 가운데 일부가 영장 없이 수집되는 등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고 봤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존해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추락시킨 뒤 혼자 탈출하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초기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장씨가 8억8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일부 보험은 아내가 직접 지인과 상담해 가입한 것이라고도 해명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의 사고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다수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정만으로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심은 2017년 장씨 가족의 요청을 받은 충남지역 경찰관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24년 1월 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장씨는 같은 해 4월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당일, 급성 백혈병으로 복역 중 사망했다. 향년 66세였다. 통상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만, 이 사건은 사망 이후에도 궐석 재판 형태로 재심이 진행됐다.

검찰이 이번 무죄 판결에 불복할 경우 사건은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