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계획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 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해제 문제를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미국은 소형화기 정도는 하마스가 무장하는 걸 허용할 생각이지만, 이스라엘은 무력을 통해서라도 완전 무장해제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포함된 미국 협상팀이 최소한 종전 초기 단계에서는 하마스에 소총, 권총과 같은 소형 화기를 일부 보유하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협상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초안을 몇 주 안에 하마스와 공유할 계획이다.
쿠슈너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쿠슈너는 당시 “중화기는 즉각 폐기될 것”이라면서도 “개인 화기는 등록 후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토 중인 사안이라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계획 2단계 이행의 핵심 중 하나다. 2단계에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비롯해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기술관료 중심의 임시 행정부인 가자행정국가위원회(NCAG) 구성 등을 이루는게 목표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인 완전 무장 해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고 있다. NYT는 하마스가 무기를 완전히 내려놓기 전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군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무력을 통한 강제 무장 해제에 나설 태세다. 가자지구를 관할하는 이스라엘군 남부사령부가 최근 몇 주간 하마스 강제 무장 해제 지시가 내려올 것에 대비해 작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새 공세를 준비중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4일 “하마스가 합의된 틀에 따라 무장 해제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마스의 모든 역량을 해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이전보다 강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6일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란 그빌리(사망 당시 24세)의 유해가 돌아오면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들이 생존자와 사망자 모두 돌아왔기 때문이다. TOI는 이번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서부 해안가 알마와시 등 이전에 이스라엘군이 지상 병력을 투입하지 않았던 지역들도 작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장 해제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고 2단계 계획으로 이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당장 19일엔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평화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전후 문제를 논의한다. 이날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최대 8000명을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세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서안지구) 병합에 반대한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의 행보에 반기를 들었다. 다만 오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