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사장은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막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낮은 금리를 발판 삼아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큰 ‘대어(大魚)’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다. 머스크 CEO는 우주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며 기업 몸값을 불리고 있다. 8000억달러 수준에서 평가받던 스페이스X 기업가치는 최근 xAI와의 합병으로 약 1조25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미국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르면 6월 중 상장이 점쳐진다.
AI 열풍 중심에 있는 챗GPT 회사 오픈AI도 올해 4분기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 수준으로, 상장 전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1000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 조달도 추진 중이다. 목표가 달성될 경우 기업가치는 최대 8300억 달러까지 거론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오픈AI 경쟁사이자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도 올해 내로 IPO를 추진 중이다.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35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장 가치 있고 주목받는 기업 중 최소 세 곳이 IPO를 준비하고 있어 AI 붐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유니콘 기업들이 IPO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에서 AI 개발을 총괄했던 김성훈 대표가 창업한 AI 회사 업스테이지가 거론된다.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1차 평가를 통과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프리 IPO 단계에서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은 업스테이지는 최근 카카오로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을 인수해 기업가치가 3조~4조원으로 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어피닛도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인도에서 소액 대출 시장 강자로 자리잡은 어피닛은 이용자가 1억명 이상이다. 이밖에도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 ‘조선미녀’로 유명한 뷰티 스타트업 구다이글로벌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컬리와 케이뱅크도 올해 IPO 재도전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기술 스타트업들은 높은 자금조달 장벽 탓에 IPO를 최대한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AI 붐은 기업들로 하여금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 등 대규모 자금을 필요하게 했고, 이에 AI 기업 중심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IPO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같은 대어급의 상장은 AI 시대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며 “증시 전반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