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저수지에 차량을 빠뜨려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편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편은 교도소 복역 중 법원의 재심 결정 이후 형집행정지가 내려진 날 지병으로 숨졌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김성흠)는 11일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고(故) 장모(사망 당시 66세)씨에 대한 재심에서 ‘공소사실 증명 없음’에 따른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이 영장 없이 수집되는 등 수사 과정이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39분쯤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1t 화물차를 몰다가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차량을 빠뜨려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장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험금 8억8000만원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5년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2017년 억울함을 호소하던 장씨 가족의 부탁을 받은 충남 서산경찰서 소속 전우상 전 경감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다시 파악하면서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법원은 2022년 9월 “영장 없이 사고 트럭을 압수한 뒤 뒤늦게 압수 조서를 꾸며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2024년 1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하지만 장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는 검찰의 즉시항고 등을 이유로 미뤄지다 그가 사망한 당일에야 이뤄졌다. 장씨는 해남교도소에 복역하던 2024년 4월 2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재심인 이번 재판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반 재판과 달리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재심 재판은 장씨가 의도적으로 차량을 추락시켰는지, 졸음운전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였는지가 쟁점이었다. 장씨 측은 저수지 인근에서 핸들을 꺾지 않고, 핸들 조작 없이 직진만 해도 차량 추락 지점에 도달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보험은 과거 장씨가 화재사고와 교통사고를 겪으며 중요성을 알고 가입했을 것”이라며 “아내 명의로만 가입한 것이 아닌, 본인 명의 보험도 여럿 있다. 일부 보험은 아내가 직접 지인과 상담해 가입하기도 했다”고 했다.
장씨 측은 수사 검사의 폭행 사실도 폭로했다. 박 변호사는 “면회 당시 장씨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에게 폭행당했다’고 말하며 검사가 자신의 아래턱을 올려치는 모습을 수없이 반복했다”며 “긴 수감 생활로 이가 내려앉은 장씨가 자기 턱을 때리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재심 결심공판에서 “불화를 겪는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열악한 경제 사정에도 보험에 다수 가입하는 등 원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꿀만한 사정이 없다”며 원심판결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이 이날 무죄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심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당시 경찰과 검사, 국과수 감정인, 판사들의 책임이 모두 더해진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경찰과 검찰은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말했다.